법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직권 보석…보증금 3억원·주거 제한

오경묵 기자 백윤미 기자
입력 2019.07.22 11:48 수정 2019.07.22 14:27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5월 29일 열린 자신의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기소돼 만기를 20여일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 24일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지 179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 허가를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형사소송법 96조에 따르면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하나 이상의 보석 조건을 붙여야 한다. 조건은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할 것 △보증금을 내겠다는 약정서를 제출할 것 △주거를 제한하고 이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을 것 △법원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을 것 등이다.

재판부도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조건을 달았다. 주거를 경기 성남시의 자택으로 제한하고, 이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재판 관련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과의 접견·연락도 제한했다. 보석 보증금은 3억원으로,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제출하는 보석보증보험증권으로 대체할 수 있다. 또 3일 이상 자택을 비우거나 출국할 경우에도 법원에 미리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보석 보증금 10억원 △주거 제한 및 외출 금지 △통신·접견 등의 엄격한 제한 등이 보석 조건으로 붙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 같은 ‘조건적 보석’을 거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구속 기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보석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여러 차레 밝혀 왔다. 구속 기간이 만료돼 풀려날 경우 아무 조건 없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 한 관계자는 "재판부의 보석 결정을 거부하는 경우는 전례가 드물어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건부 보석이기 때문에 보석금 납부 등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보석 결정은 취소하도록 돼 있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사실상 없어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지난 17일 열린 공판에서 "별도의 보석심문을 하지 않고 직권보석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만기일은 오는 8월 11일로 현실적으로 그 전까지 재판을 마무리짓기 어려운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보석으로 석방할 사유는 찾기 어려워 남은 구속 기간에라도 최대한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을 석방한다면 증거인멸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주거 제한과 출국 금지, 상당한 금액의 보증금 납입, 사건 관계자와의 접촉 차단 등을 보석 조건으로 요구했다. 검찰과 조사관 등의 수시 감독을 허락하고 이들이 지시한 보호조치를 따르라는 조건도 제시했다.

효성 탄소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