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지하철보다 '남친 집'에서 더 찍힙니다

김윤주 기자
입력 2019.07.22 03:00

작년 불법촬영 범죄 장소, 아파트 등 주택 798건 1위
몰카 5건 중 1건은 아는 사람 짓

자택 곳곳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뒤 여자 친구들을 데려와 샤워 장면이나 성관계 장면 등을 몰래 촬영한 제약회사 대표의 아들 이모(34)씨에게 법원이 지난 18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촬영 횟수가 수백건, 피해자가 30명이었다.

경찰이 지난해 불법 촬영 범죄 장소를 분류한 결과, 이씨 사례와 같은 '아파트 등 주택'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옛 1위였던 '역사(驛舍)와 대합실'은 2위로 밀렸다. 21일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촬영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아파트 및 주택'(798건)이었다. 전체의 13.5%를 차지했다. 2017년 4위(556건)에 그쳤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역·대합실'(758건), '지하철'(672건), '노상'(576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결과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역·대합실'에서 일어난 불법 촬영이 각각 15.1%, 16.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역, 길거리 등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 촬영보다는 연인 등 특정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불법 촬영 범죄 5건 중 1건은 지인(知人) 관계에서 발생했다. 김광수 국회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붙잡힌 불법 촬영 가해자의 19%가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다. 이 중 44%는 애인, 14%는 친구였다. 2016년부터 면식범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거주지 몰카 증가'는 피해자들의 경각심이 커진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하는 범죄가 최근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되는 등 이에 대한 인지(認知)가 높아졌다"며 "개인적인 공간에서의 불법 촬영이 주목받으며 단기간에 발생 건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에서 여성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도 "예전 남자 친구에게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이 남아 있다며 경찰서에 신고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며 "촬영 사실을 몰랐거나 알아차려도 연인 사이의 문제로 치부했던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했다.

애인 사이에 촬영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도 한다. 국내 파일 공유 사이트에는 '집에서' 혹은 '방에서' 촬영했다는 제목을 단 동영상이 수백건 이상 올라와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여친(여자 친구) 인증'을 목적으로 여성의 신체 부위를 찍어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 올린 남성 15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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