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천막촌'의 불평등

김은중 사회부 기자
입력 2019.07.22 03:12
김은중 사회부 기자
"불법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가을 서릿발' 같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천막에 대해 지난달 25일 이렇게 선언했다.

그날 새벽 서울시가 철거 인력 1000명을 광화문광장에 투입해 농성용 천막을 모두 걷어냈다. 공화당 당원 일부가 악을 쓰며 저항했지만, 힘에서 밀려 이내 진압됐다. 천막이 처음 등장한 날로부터 47일 만이었다. 철거 인력 동원 등에 들어간 1억4600만원에 대해서도 박 시장은 "조원진 공화당 대표의 월급을 가압류해서라도 받아내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공화당의 '재도전'을 막기 위해 대형 화분 80개를 광장에 깔았다. 개당 100만원짜리 화분이 전광석화처럼 깔렸다. 공화당이 그걸 피해 또 천막을 쳤다. 그러자 박 시장은 정확히 열흘째 되는 날 새벽 1000명 철거 부대를 광화문으로 진군시켰다. 공화당은 서울시의 기세등등한 출병 소식에 곧바로 천막을 걷어냈다. 아예 쐐기를 박으려는 듯 '(광장) 점유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박 시장은 기염을 토했다. "광장은 시민의 것이다. 광장이 무법천지가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법 위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는 시민들과 함께 서울시장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이후 공화당이 산발적으로 천막 설치에 나서고 있지만, 그 위세는 확실히 한풀 꺾였다는 게 경찰 평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바로 닿는 세종로소공원은 만년 봄날이라는 점이다. 시위용 불법 천막 10여동이 널려 있긴 여기도 마찬가지. 2017년 말부터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해 '천막촌'이 만들어진 지 2년이 됐다. 누렇게 해묵은 천막은 시민들의 시야에서 공원의 녹음(綠陰)을 가리고 있다. 이 천막촌에도 계고장이 날아들긴 했다.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가 올해 1월에 한차례 자진철거를 요구했고, 아무런 변화가 없자 다섯 달 후인 이달 2일 다시 계고장을 붙였다. '7월 17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의거하여 행정대집행에 들어간다'고 적혀 있다. 시한만료 4일째인 지난 21일에도 이 천막촌은 그대로 있다. 서울시 측에 "불법 천막 철거가 왜 이렇게 늦느냐"고 물었더니 "가급적 충돌을 빚지 않고 철거하려다 보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광화문광장과 세종로소공원의 차이는 뭘까. 세종로소공원 천막 주인은 여러 단체다. 그중에 더불어민주당의 우군(友軍)으로 꼽히는 민노총 금속노조(3개)와 전국공무원노조(1개)가 있다. 청와대에 액자로도 걸렸다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은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자신에 대해서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라(대인춘풍 지기추상·對人春風 持己秋霜)'의 줄임말이다. 혹시 서울시가 그 반대로 알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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