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바이오 영장 기각, '꿰맞추기식 억지 수사'라는 뜻 아닌가

입력 2019.07.22 03:18
서울중앙지법이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경영진이 주식 상장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가량 부풀렸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사실상 죄가 되는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사 임직원 8명이 분식회계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며 구속했었다. 분식회계를 감추고 숨기려는 행위는 잡아냈다는데 정작 분식회계 자체에 대해서는 입증하지 못하는 희한한 상황이 돼 버렸다.

이번 검찰 수사는 금융 당국 고발에 따른 것이다. 삼성바이오 상장과 회계 처리는 장부가치보다 시장가치를 우선시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른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고 금감원은 상장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승인했다. 그랬다가 정권이 바뀌자 "고의적 분식회계"라며 검찰에 넘겼다. 전 정부가 내렸던 결론을 손바닥 뒤집듯 한 것이다.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삼성바이오가 회계 조작을 했다는 입장이다.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높이려고 회계 평가 방식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그해 7월 주주총회에서 이미 확정됐고, 삼성바이오 회계 방식은 다섯 달 뒤인 12월 결정됐다. 회계 조작을 하려 했다면 합병 전에 하는 게 상식인데 나중에 했다는 것이다. 앞뒤가 맞나. 검찰이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억지로 꿰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삼성에 대한 수사는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간 압수수색만 20여 차례, 압수수색 당한 장소는 150군데에 달한다. 총수 일가가 검찰·경찰·관세청·출입국 당국에 18차례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소환 조사를 받은 기업도 있었다. "검찰 때문에 죽겠다"는 아우성이 기업 현장에 그득하다. 이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있겠나.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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