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MBC, 2017년 계약직 앵커 해고 부당하다"

백윤미 기자
입력 2019.07.21 09:30 수정 2019.07.21 10:32
서울행정법원 전경./조선DB
MBC가 계약직 아나운서를 해고한 데 대해 법원이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놨다. 법원이 계약직 아나운서를 ‘근로자’가 맞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최근 MBC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MBC는 지난 2012년 4월 초 계약직 아나운서 A씨와 계약기간을 이듬해 4월까지로 하는 프리랜서 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2013년 다시 1년 연장했다. 연장 계약조건은 이전과 동일했다. 2014년 다시 계약이 만료되자 MBC는 A씨와 프로그램별로 회당 출연료를 책정해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출연계약을 맺었고, 동일한 조건으로 2016년과 2017년 1년씩 각각 계약을 갱신했다. MBC는 2017년 계약이 끝난 시점인 그해 12월 31일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며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그해 4월 "MBC는 A씨가 수행하는 앵커 업무를 일상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지시·관여해 지휘·감독해 종속성이 인정된다"며 부당해고로 판정한 뒤 MBC 측에 구제명령을 내렸다. MBC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5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그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MBC 측은 "A씨는 다른 아나운서들과 달리 계약에 따라 뉴스 앵커 업무만 했고 MBC는 사용자로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며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출퇴근이나 근무장소가 특정돼있지도 않았고, 회사 측이 A씨에게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막는 등 전속적인 노무(勞務) 제공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MBC에 종속된 근로자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BC는 계약 기간 동안 A씨의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업무 수행에 관여하기도 했다"는 이유다. 더불어 A씨가 앵커 업무를 위해 MBC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에 사전 연습을 해야 했으며 사전 연습 이후에는 물론 방송 후에도 업무 내용에 대해 세부적인 수정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계약직 아나운서의 경우에도 방송 업무 본질 상 회사 측의 의견 또는 지시를 수용해야 하므로 종속 관계여부를 판단할 때는 부가적인 사정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실제로 MBC는 A씨에게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아나운서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에 대해서도 여러차례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측은 A씨에게 퇴사하는 직원을 위한 감사패를 제작하면서 도안과 문구를 검토하도록 시키는가 하면 다른 프로그램의 ‘대타' 진행자로 나서게 하기도 했으며, 사무실에 신문을 가져다 두거나 난초를 관리하는 등의 일도 시켰다.

그 외에도 법원은 A씨가 MBC 방송 프로그램에만 출연할 수 있어 회사와 A씨의 관계가 전속적이고 배타적이라고 봤다. 또 A씨가 근무하는 공간이 다른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공간과 구분되지 않았고, 고정 급여를 지급받은 점도 A씨가 근로자라는 판단에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MBC는 계약을 거듭 갱신하면서 A씨를 2년 넘게 사용하였으므로 A씨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MBC는 계약이 기간만료로 종료됐음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지만 이 사유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해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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