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일제 강제징용 판결 부정하면 '친일파'라 불러야"

변지희 기자
입력 2019.07.20 17:15 수정 2019.07.20 18:06
조 수석 "일본의 한국 지배 불법성 인정하느냐가 모든 사안의 뿌리"
'죽창가' '전쟁 발발' '이적' 발언 등 靑과 다른 입장에 대한 '편가르기' 발언 논란도

지난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조국 수석.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며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국을 지배한 일본의 불법성을 인정하느냐가 모든 사안의 뿌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수석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당시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3억 달러를 언급하며 "이는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법학에서 '배상'과 '보상'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며 "'배상'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갚는 것이고, '보상'은 적법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갚는 것이다. 당시(1965년)에도, 지금도 일본은 위안부, 강제징용 등 불법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민관(民官)공동위원회는 한일협정으로 받은 자금에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정치적 '보상'이 포함돼 있을 뿐, 이들에 대한 '배상'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다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안 되지만, 한국인 개인이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2012년 대법원이 '외교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해 신일본제철에 대한 '배상'의 길이 열린다"며 "이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청와대 사이의 '사법거래' 대상이었으나 2018년 확정된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일본 정부가 '경제전쟁'을 도발하면서 맨 처음 내세웠던 것이 한국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이었다"며 "'1965년 일본에서 거액을 받아 한국 경제가 이만큼 발전한 것 아니냐'는 류의 표피적 질문을 하기 전 근본적 문제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 수석의 이런 주장은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양국이 맺은 청구권 협정에 따라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민간 청구권도 해결됐으나,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반박 성격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 학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한·일 외교 관계를 고려해 사법 자제(自制)의 측면이 고려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 수석은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친일파'라고 규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 수석은 지난 13일에는 드라마에 사용된 80년대 운동권 노래인 '죽창가'를 올리며 "한참 잊고 있었다"고 했다. 고(故) 김남주 시인의 시 '노래'에 곡을 입힌 이 노래는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라는 가사로 유명하다. 죽창은 일제는 물론 민생을 파탄에 몰아 외세의 개입을 부른 당시 집권층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이번 사태에 일부 책임이 있는 청와대의 핵심 참모가 노래에 담긴 '죽창'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남 탓에 편 가르기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 수석은 지난 18일에도 페이스북에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대한민국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 전쟁'이 발발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닌 '애국(愛國)이냐 이적(利敵)이냐'이다"라고 했다. 이 발언을 놓고도 청와대의 주장이나 대응에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규정해 비판 자체를 봉쇄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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