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겨울옷 입고 땀뻘뻘… 박진섭 광주FC 감독은 왜?

김상윤 기자
입력 2019.07.20 03:00

"팀 이기면 겨울정장 계속 입어" 공언한 이후 19경기 무패 행진

"박진섭 감독을 살려야 합니다."

2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FC안양과 광주FC의 K리그2(2부 리그) 경기를 앞두고 안양 팬들이 '적장'인 박진섭(42) 광주 감독 구하기에 나섰다. 무슨 일일까.

겨울정장의 마법? - 박진섭 광주FC 감독은 지난 14일 경기에서도 겨울 정장을 입은 채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이길 수만 있다면 언제든 이 정장을 입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현종 기자
박진섭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이번 시즌 아직 패한 적이 없다. 지난 14일 서울 이랜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2대0으로 이겨 19경기 연속 무패(13승 6무)라는 리그 신기록을 세웠다. 승점 45로 2위인 부산 아이파크(승점 38)에 크게 앞선 채 선두를 달리고 있어 K리그1 승격이 유력하다. K리그2 1위 팀은 자동으로 다음 시즌 K리그1으로 올라간다.

문제는 박 감독이 한여름인 요즘에도 겨울 정장을 입고 경기에 임한다는 것이다. 개막전 승리 후 "패할 때까지 겨울 정장을 벗지 않겠다"고 공언한 이후 팀이 한 번도 지지 않은 탓이다.

이 무더위 속에 와이셔츠에 니트를 받쳐입고 재킷까지 입은 박 감독의 모습에 보는 팬들도 숨이 막힌다. 속옷과 양말도 매 경기 같은 걸로 고집한다. 경기를 앞두고 목포의 숙소 근처 세탁소에 들러 맡겨놓았던 겨울 정장을 찾아가는 것은 박진섭 감독에겐 승리를 위한 의식이 됐다. 박진섭 감독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일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괜히 말했나' 싶기도 하지만, 팀이 지지 않는다면 덥더라도 겨울 정장을 계속 입고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안양 팬들이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며 "우리가 광주를 꺾어 박 감독이 겨울 정장을 벗고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게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3위 안양(승점 31)은 현재 4연승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안양과의 원정 경기를 앞둔 박진섭 광주 감독은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이다. 2000년대 초반 이영표와 함께 '좌(左)영표-우(右)진섭'이라 불리며 막강 측면 수비 라인을 구성했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서 국가대표에서 멀어졌다. 2012년 실업팀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은퇴한 박진섭은 부산과 포항에서 코치로 있다가 2018년 광주 감독으로 부임했다.

광주는 수비수 출신인 박 감독 지휘 아래 올 시즌 19경기에서 8골만 허용하는 '짠물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박 감독은 "광주에서 감독 2년 차에 접어들며 선수들이 내가 원했던 수비 전술을 잘 이해하는 것 같다"며 "훈련했던 내용이 경기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팀의 주포인 득점 1위 펠리페(27·14골 2도움)와 윌리안(25·3골 1도움) 등 외국인 공격수도 맹활약 중이다. 윌리안은 "우리가 잘해서 다시 추워질 때까지 감독님이 그 옷을 계속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0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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