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일렁이는 물가에서 칵테일 한잔… 휴양지인가 도시인가

박근희 기자
입력 2019.07.20 03:00

[아무튼, 주말]
서울과 근교의 수영장 카페&맛집

수영장으로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가 청량감을 더하는 서울 익선동 '더 썸머 방콕'. / 이한솔 영상미디어 기자
이곳은 수영장인가 카페인가? 영화 '극한직업'에서 갈비맛 통닭이 천하통일을 이뤘다면, 여름휴가철에는 '수영장 카페'가 주목받고 있다. 수영장인지 카페인지 정체성이 모호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공간이다.

50m 레인을 갖춘 국제규격 수영장은 기대 마시라. 하지만 휴양지에 있는 듯 시각적 효과가 살아나는 곳들이다. 열대 칵테일 마시며 바캉스 기분을 낼 수 있는 수영장 카페부터 유수풀(流水pool)을 갖춘 수영장 맛집까지, 방학과 휴가 때 가볼 만한 서울과 수도권 수영장 카페&맛집을 찾았다. 전국 수영장 맛집 정보는 덤이다.

'관상용 수영장' 품은 도심 카페

채광용 유리 지붕을 뚫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다. 시원한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선베드에 누워 칵테일을 홀짝인다. 살짝 눈을 감으면 어느새 태국의 휴양지 끄라비 프라낭 비치로 순간 이동. 그곳의 일몰을 닮은 칵테일 한 잔에 몸이 나른해진다. 다시 눈을 뜨면 현실은 서울 익선동 골목의 카페&라운지 바 더 썸머 방콕. 몇 m만 걸어나가도 이글거리는 서프리카('서울'과 '아프리카'의 합성어) 한복판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을 정도다.

더 썸머 방콕은 익선동 한옥 4채 496㎡(150여 평) 공간을 방콕 테마로 꾸민 'S 방콕' 안쪽에 자리 잡았다. 태국 현지식 전문 식당 '살라댕 방콕', 태국 레스토랑 '살라댕다이닝'과 오밀조밀 이어져 있다. '작은 태국'과도 같다. 수영장 카페로 소문났지만 수영장은 아담해 관상용에 가깝다. 그래도 커다란 잎을 가진 열대식물이 드리운 선베드, 라탄 테이블과 의자가 더해져 분위기만큼은 휴양지 '비치 바(beach bar)'다. 태국 현지식을 맛보려는 동남아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다.

서울 익선동 '더 썸머 방콕'의 디저트 '바나나&밀크티 크루아상 와플'과 칵테일 '끄라비의 노을', 태국식 수박 주스 '땡모반'. / 이한솔 영상미디어 기자
여름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끄라비의 노을(1만3000원)은 진(gin)에 코발트블루 빛을 내는 버터플라이피 차를 우려 넣은 칵테일이다. 라임 시럽을 곁들이면 보랏빛으로 물든다. 태국식 수박주스 땡 모반(9000원)도 여름의 맛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계절 과일을 장식한 스트로베리 크루아상 와플(1만9000원), 바나나와 밀크티로 맛을 낸 바나나&밀크티 크루아상 와플(1만8000원) 등 폭신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의 크루아상 와플과 함께 맛볼 것. 주차는 인근 유료 주차장 이용.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운영.

서울 성수동 골목 안쪽 2층 양옥집을 개조한 카페 앤아더도 여름이면 마당 중앙 수영장 주변이 인기석이다. 길쭉한 삼각형 형태의 이곳 수영장 역시 허름한 옛날 빨간색 벽돌집을 휴양지 분위기로 변신시킨 일등 공신이다. 하늘거리는 그늘막 아래 놓인 선베드에 다리 쭉 뻗고 앉으니 풀 빌라에 누워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카페 방문객들은 마당, 1~2층을 오가며 부지런히 수영장 사진을 담는다. 방문객 성수지(30)씨는 "이곳은 마치 어린 시절 마당에 수영장이 있는 친구네 집에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라며 "다만 풍덩 빠질 수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야외석은 해가 중천에 뜬 한낮보다는 아침 시간대나 해 진 후가 '진리'다. 한낮에는 1층 실내석 자리가 낫다. 태양을 피하면서 야외석에 앉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메뉴는 아메리카노(6000원)부터 크림소다(7500원), 모히토(1만6000원), 맥주(6800~1만300원) 등 다양하다. 인근 성동구민 체육센터 주차장 등 유료 주차장 이용.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

서울 성수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수영장 카페 '앤아더'. / 박근희 기자
빌딩 숲 속 루프톱 수영장, 유수풀 갖춘 카페도

도심에서 벗어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덩달아 수영장 규모도 커진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풀사이드228송도점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수영복과 아쿠아슈즈를 챙겨가는 게 기본이다.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루프톱 수영장을 갖췄다. 건물 꼭대기인 4층에 자리한 데다 빌딩숲에 둘러싸여 싱가포르, 방콕의 호텔 루프톱 수영장 풍경이 연상된다. '수영장 카페'라는 개념조차 없던 6년 전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야트막한 루프톱 수영장은 1인 1메뉴 주문 시 보호자 포함 만 8세 미만 어린이에 한해 예약 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그 외 방문객은 수영장을 두른 나무 데크에 앉아 수영장 물에 발 담그고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식도락에 물놀이는 덤! 호텔 루프톱 수영장처럼 꾸민 이탈리안 레스토랑&카페 인천 송도 '풀사이드 228 송도점'.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널찍한 실내석을 비롯해 'ㄷ'자 모양인 수영장 주변으로 하얀색 파라솔의 야외 테이블석, 카바나(수영장이나 해수욕장 주변의 임시 건물) 형태의 식사 공간을 두루 갖추고 있다. 외식 전문기업 '디딤'에서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맛은 어느 정도 보장돼 있다. 감바스(1만9900원), 쉬림프 로제 파스타(1만7900원), 뉴욕스테이크(220g·3만5900원), 콰트로 포르마지 피자(1만9900원)를 비롯해 블루레몬에이드·라임에이드·진저에이드(1잔 4800원, 1L 1만2500원) 등 메뉴 가격도 물놀이 포함인 것을 고려하면 크게 부담 없는 수준이다. 방문객들은 수영복과 튜브 등 간단한 준비물을 챙겨와 식사 전후로 수영장에 들어가 더위를 식힌다. 젊은 층은 수영장을 배경으로 '인생 샷' 찍기 바쁘다. 매장을 총괄하는 박종현(30) 점장은 "자체 정화 시스템을 가동해 실시간 수질을 관리하며 일주일에 1회 물을 간다"고 했다. 주차는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시간제한 없이 무료.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수영장은 사전 예약제로 1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2부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이용 가능하다.

대형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나 있을 법한 유수풀 시설을 갖춘 수영장 카페도 있다. 작년 7월 문을 연 경기도 의정부시 자일동 축석고개 부근 베이커리 카페 투앤디는 지난 6월 카페 옆 수영장에 유수풀을 추가했다. 수영장이 카페의 부대 시설이라기보다 카페 야외석을 사이에 두고 카페와 수영장이 나란히 있는 구조다. 5920㎡(1790평) 공간에 카페와 수영장, 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파티시에가 만든 빵과 브런치를 맛보고 바로 옆 수영장에서 물놀이도 실컷 할 수 있다.

빵 종류가 다양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재료로 만든 천연 발효 빵이 기다린다. 강릉 인절미빵을 업그레이드한 강릉 인절미 콩빵(5000원), 100% 동물성 생크림을 넣은 리얼크림 팡도르(6000원), 천연 바질 페이스트로 만든 건강 빵 바질깜빠뉴(6000원), 커다란 소시지를 에멘탈치즈로 덮은 에멘탈 소시지 페이스트리(4000원) 등은 한 끼 식사가 될 만큼 든든하다. 빵은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발아시킨 보리 낱알 '몰트'의 발효 진액을 사용하고 있다고. 채영식(31) 대표는 "영양제, 소화제, 엿당의 제조 원료로 이용되기도 하는 몰트 진액은 아밀라아제 성분이 있어 설탕보다 소화가 잘된다"고 설명했다. 브런치는 파스타류(1만6000~1만9000원), 피자류(1만6000~1만9000원), 샐러드류(1만5000~1만6000원)를 판매한다. 카페에서 산 빵과 음료는 수영장 반입이 가능하다.

경기도 의정부 베이커리 카페 '투앤디'(왼쪽)의 인기 빵 '바질깜빠뉴' '에멘탈 소시지 페이스트리'와 음료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 박근희 기자
경기도 의정부 베이커리 카페 '투앤디'와 나란히 있는 '투앤디 수영장'. / 박근희 기자
수영장에는 안전 요원, 수질관리 직원이 배치돼 있다. 채 대표는 "물 순환 장치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수질 관리를 하고 있다"며 "매일 수영장 개·폐장 전후와 휴식 타임에 수질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수영장 입장료는 주간(오전 10시~오후 5시 40분) 대인 1만2000원·소인 1만원, 평상 이용료는 1만2000원이다. 주말 및 공휴일, 성수기(7월 20일~8월 1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료는 대인 1만5000원·소인 1만2000원, 평상 이용료는 1만5000원이다. 주중·주말 관계없이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이용 가능한 야간은 대인 1만원·소인 8000원, 평상 이용료 1만원. 초등학생 이하는 보호자를 동반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카페나 수영장 이용 시 주차 무료. 카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

여름이면 물놀이장 카페로 소문

수영장 카페로 소문났지만 수영장 시설은 없다? 경기도 광주 카페 K401 얘기다. 카페 앞에 아담하게 꾸며놓은 수경 시설이 여름이면 수영장으로 변신한다. 강형진(40) 대표에 따르면 "카페 조경을 위해 수경 시설을 꾸며 놓았는데 작년 여름에 한 아이가 물에 빠지기 시작한 이후 '수영장 카페'로 소문나기 시작했다"고. 작은 물줄기가 떨어지는 수경 시설은 요즘 물놀이하는 아이들이나 발을 담그고 음료를 마시는 커플들의 차지가 됐다. 강 대표는 "아예 아이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물총이나 튜브를 챙겨오는 손님도 많다"고 했다. '입수' 하는 손님이 늘어난 이후 수질 관리도 더 깐깐해졌다. 물순환 펌프로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일 아침 바닥 청소 후 물을 새로 채워 넣는다. 요즘은 광주 시민뿐 아니라 용인, 수원, 이천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강 대표는 "수영장 가기에는 부담스럽고 커피나 음료 한 잔 하는 동안에 잠깐 물놀이 기분을 내러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블루레몬에이드(6500원), 딸기 퐁당(7000원), 스무디(6000~7000원), 커피(5000~6000원)와 파스타(1만2000~1만5000원), 샐러드(1만5000원), 피자(1만2000원) 등 브런치 메뉴를 판매한다. 특이하게도 인기 메뉴는 모차렐라 치즈 토핑(2000원)을 추가해 먹는 떡볶이(1만원)다. 정식 수영장이 아니어서 샤워 시설은 따로 없다. 수돗물로 헹구고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무료 주차.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

수경 시설이었다가 수영장으로 '진화'한 경기도 광주 카페 'K401'의 물놀이터. / K401
경기도 남양주 물놀이 카페 '숲 266'의 '말차팥빙수'. / 박근희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국립수목원 부근 카페 숲266도 물놀이 카페다. 아이들이 초록 녹음 속 물놀이터에서 흠뻑 물벼락을 맞는 동안 부모들은 시원하게 빙수(1만2500~1만3000원)와 음료(4300~5800원)를 즐긴다. 물놀이장 입장료는 없다. 대신 카페에선 '1인 1메뉴 주문'이 원칙이다. 어린이 음료는 3500원. 음료 한 잔 주문하면 숲속 물놀이터, 모래놀이터를 오가며 신나게 놀 수 있다. 물놀이터 주변에 취사가 가능한 셀프 바비큐장도 운영한다. 셀프바비큐장 이용료는 5시간 기준 성인 8000원, 24개월부터 초등학생까지 5000원. 방갈로 이용료는 4~5인용 2만원, 8~12인용 3만원이다. 무료 주차.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

조선일보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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