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전쟁… 좌도 우도 '유튜브 드루킹' 판친다

권승준 기자
입력 2019.07.20 03:00

[아무튼, 주말]
가짜뉴스 작전세력 실태 들여다보니

일러스트= 김의균
지난 16일 밤 11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의 각 지역 친목 카페, 자동차 동호회 사이트 등 10여 곳에 동시다발로 유튜브 동영상 링크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은 '당사를 옮겨라'. 북한 찬양 영상을 주로 만드는 '붉은별TV'에서 만든 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지령을 내려 우리공화당뿐 아니라 친박 성향 야권 정치인들을 조종하고 인재 영입에 나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중간중간 한국 언론에 보도된 박 전 대통령의 근황 기사들을 짜깁기해 사실처럼 보이지만, 결국 박 전 대통령이 막후에서 본격적으로 옥중 정치를 하면서 곧 정치판에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가짜 뉴스나 다름없다. 이 영상이 올라온 카페 게시판이나 소셜미디어에는 "감옥이 아니라 지옥에 보내야 한다" 같은 내용의 댓글 수십 건이 달려 있었다. 여러 사람이 매크로(반복 실행)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상을 퍼뜨린 정황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비슷한 일은 지난 4일 밤 10시에도 일어났다. 'G20에서 사라진 대한민국(소름 반전 주의)'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각 지역 맘카페 등 30여 곳에 동시에 올라왔고, 거기에도 같은 내용의 댓글이 반복적으로 달렸다.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 등으로 알려진 유튜버 이종원씨가 제작한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의 공식 세션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씨가 말한 '소름 반전'이란 문 대통령이 공식 세션이 끝날 때쯤 나타나 타국 정상들과 악수하며 '쇼'를 한 게 전부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G20의 공식 세션 7건 중 4건에 불참했다. 영상이 확산되면서 '문 대통령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왕따를 당하고 왔다'는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청와대가 나서 이를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며 "대통령이 공식 세션에 참석하지 않은 시간엔 타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했다"고 해명했다.

두 영상 모두 사실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결론에서 논리적 비약이 심해 '가짜 뉴스'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둘 모두 '익명 세력'이 적극적으로 영상을 유포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있었다. '아무튼, 주말'이 지난 2주간 보수와 진보 계열의 유튜브 채널에서 만든 영상을 분석해본 결과 이런 방식으로 유포된 '가짜 뉴스' 의심 사례가 보수 3건, 진보는 2건 있었다. 유튜브가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모든 세대의 미디어 소비 중심에 들어서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이곳에서 치열한 뉴스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각자 자신의 진영에서 만드는 콘텐츠를 주식업계의 '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유포하고, 상대 진영의 콘텐츠를 '가짜 뉴스'로 낙인찍고 견제하는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청와대까지 해명에 뛰어들 정도로 영향력은 작지 않다.

가짜 뉴스 유통 작전: 유튜브 추천 영상에 올려라

최근 가짜 뉴스 제작 및 유통은 유튜브가 핵심이다. 보수 계열의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 제작 업무에 종사했던 임모(30)씨는 "핵심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유튜브 추천 영상에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는 내부 알고리즘을 통해 올라온 영상의 질을 평가해 영상을 추천한다. 이 알고리즘은 구글 내부 기밀이므로 세부 사항은 공개할 수 없지만 큰 줄기는 업계에서 대강 알려져 있다는 것이 임씨의 설명이다.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이들은 이 알고리즘을 이용하는데 그 수법은 보수든 진보든 큰 차이가 없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분량이 긴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통상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은 5분 안팎 짧은 영상이다.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긴 시간 집중해서 영상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관련 콘텐츠, 특히 가짜 뉴스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배포하려는 이들은 그 반대 전략을 쓴다. 최소 10분에서 길게는 1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상을 만든다. 시청 시간이 길수록 유튜브 알고리즘이 해당 영상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추천할 만한 영상으로 판정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일단 영상을 길게 만든 뒤 영상을 끝까지 재생하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 영상을 질이 좋은 콘텐츠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튜브에선 별도 가입 없이도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영상을 재생할 기기만 많이 갖춰 놓으면 비교적 적은 인원만으로도 '작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영상 링크를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계정 등을 통해 대량 살포하고, 조직적으로 댓글을 단다. 문제의 G20 영상은 여러 커뮤니티에 게시물로 올라온 것은 물론, 서로 아이디가 다른 사용자들이 "해외 정상들이 (문 대통령을) 대놓고 무시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는 등 똑같은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또 영상 내용을 요약한 댓글도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어떤 영상인지 댓글을 통해 미리 알려준 뒤 시청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런 작전은 이용자가 줄어드는 밤에 많이 이뤄진다. 지난 2주일간 보수와 진보 계열 채널에서 만든 10~20분 길이 영상 2건씩을 골라 살펴본 결과, 특정 시간대에 영상 조회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됐다. '외교 결례 저지른 김정숙 여사' 같은 제목의 동영상을 예로 들어보면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조회 수가 5000회가량 늘어났다가, 2시에서 5시 사이엔 조회 수가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러다 5시부터 6시 사이에 또 7000회가량 조회 수가 늘어나는 식이었다. 특정 세력이 조회 수 조작을 벌이고 있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 작전은 영상 제작자와 상관없이 이뤄지기도 한다. G20 영상을 만든 이종원씨는 "내가 만든 영상이 그런 방식으로 뿌려지는 건 전혀 몰랐다"며 "누가 어떤 의도로 그렇게 내 영상을 유포하는지 나도 궁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상대 진영 견제 작전: 알고리즘을 역이용하라

최근에는 보수와 진보 모두 상대 진영에서 만드는 유튜브 영상 유통을 차단하는 작전 방법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단계로 발전 중이다. 기본기는 유튜브의 신고 기능을 활용하는 것. 특정 영상을 여러 사람이 가짜 뉴스라고 반복 신고해서 유튜브 측에서 영상을 지우게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영상 삭제 여부에 관한 최종 판단을 유튜브에서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반론도 있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몰려가 공격 대상인 영상을 5~10초 정도만 시청한 뒤 곧바로 나오면 조회 수는 올라가지만, 영상 시청 시간이 극히 짧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가 깎인다. 그리고 해당 영상에 '싫어요' 버튼을 누른 뒤 '가짜 뉴스'라고 댓글을 남긴다. 이렇게 부정적 반응이 늘어나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당연히 점수가 깎일 뿐 아니라 광고 수익까지 줄어들 수 있다. 아무리 조회 수가 많아도 부정적 반응이 많은 영상에는 광고가 잘 붙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짜 뉴스뿐 아니라 상대 진영에서 만든 콘텐츠 전반에 대해 무차별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규재TV나 신의한수, 만화가 윤서인씨 등 보수 계열 유튜브 채널들이 이 '싫어요' 누르기와 '가짜 뉴스' 댓글 달기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지난 2주간 보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20건의 댓글을 분석해보니 '가짜 뉴스' 또는 영어로 'fake news'라고만 적힌 댓글이 영상 하나당 수백~수천 건 달려 있었다. 이씨의 G20 영상 역시 가짜 뉴스라고 적힌 댓글이 200건가량 달려 있었다. 유튜브 관계자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기밀이고, 영상 제작자들이 추측하는 내용 중에는 틀리는 것도 많기 때문에 (추천 영상 만들기 작전이나 역이용 작전이) 그렇게 유용한 방법은 아닌 듯하다"며 "내부적으로도 가짜 뉴스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B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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