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한끼에 4000원… 요즘 뜨는 맛집은 경찰서

강다은 기자
입력 2019.07.18 03:49

시민에 개방된 경찰서 식당, 가성비 뛰어나 손님 줄이어
용산署 식권 매달 1000장 팔려… 제육볶음·쌈 메뉴 최고 인기

서울 혜화경찰서·용산경찰서 구내식당의 4000원 점심 메뉴들. 푸짐한 제육볶음(위 사진)이나 닭가슴살 데리야키 반찬이 인기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일하는 심재인(24)씨의 사무실 책상에는 식단표가 붙어 있다. 남대문경찰서 식단표다. 마음에 드는 메뉴가 있는 날 점심시간이면 경찰서에 간다. 심씨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돈가스다. 1층에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으로 교환한 뒤 7층 식당으로 향한다. 심씨는 "남대문서 구내식당 한 끼는 5000원인데 주변 식당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며 "동료들 사이에선 '숨겨진 맛집'으로 통한다"고 했다.

서울시내 경찰서 식당이 일반 시민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경찰서 중 하나가 용산서다. 올 상반기 '일반인 식권(食券)' 판매량이 월평균 985장이었다. 일반인 식권은 4000원. 월매출로 환산하면 394만원이다. 용산서 구내식당의 장점은 '자율 배식'이다. 원하는 만큼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다. 식권 20장을 구매하면 1장을 서비스로 준다. 이 때문에 일반인 손님들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식권을 구매해 이용하기도 한다.

용산서 관계자는 "점심땐 식당 손님 절반이 일반인"이라며 "제육볶음과 상추, 배추, 깻잎 등 쌈 메뉴가 나오는 날에는 손님이 특히 많다"고 했다. 용산서 경무과장은 "구내식당 이용객은 40~50대 회사원부터 70~80대 주민들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식당 블로그'에 오르기도 한다. 올해 4월 1일 점심때 용산서 구내식당을 찾아 잡곡밥과 두부새우젓국, 닭가슴살데리야키볶음과 돌나물 등을 먹었다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용산서 구내식당 점심을 '별 10개 만점에 11개'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격 때문에 먹기 전 품질을 우려했었다"며 "먹어보니 반찬과 국까지 빠지는 것 하나 없다"고 썼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학원을 다니며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김은혜(25)씨도 일주일에 두 번은 꼭 근처에 있는 혜화경찰서를 찾는다. 김씨는 "혜화경찰서 구내식당은 이 동네에서 손꼽히는 '가성비 맛집'"이라며 "계란프라이와 나물이 가득 들어간 비빔밥, 된장국, 열무김치를 단돈 4000원에 먹을 수 있는 곳을 서울 시내에서 찾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서 맞은편 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장진영(23)씨도 "커피 한 잔 값으로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어 좋다"며 "학원 동료들한테 추천했다"고 했다.

배경은 가파른 외식 물가 상승세다. 5월 식품별 소비자 물가는 치킨이 전년 동기 대비 7.2% 올랐고, 김밥(5.9%), 떡볶이(5.0%), 라면(4.3%), 짬뽕(4.1%), 짜장면(4.0%) 등도 많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서울시내 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이 9000원에 육박한다. 유명 식당 냉면 값은 1만원대 중반이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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