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者가 된 시골 청년 그린 '라짜로'… 대작 영화 틈에서 '소확행'

황지윤 기자
입력 2019.07.16 03:00

작년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평단 지지·소문에 1만 관객 돌파

"라짜로!"

대작 영화 틈바구니 속에서 관객 1만명을 넘긴 영화 '행복한 라짜로'. 지나치게 순수해 여기저기 이용만 당하는 주인공 라짜로의 천진한 눈망울이 보는 이를 결국 아프고 부끄럽게 한다. /슈아픽쳐스
크고 맑은 눈을 가진 순박한 시골 청년은 시도 때도 없이 불려다닌다. 소처럼 묵묵히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한다. 처음엔 그저 동네 호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불가해할 정도로 이타적인 이 '바보'가 실은 성자(聖者)였음을 영화가 끝날 즈음 깨닫는다.

지난달 개봉한 '행복한 라짜로'(감독 알리체 로르와커)는 인비올라타라는 가상의 이탈리아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외부와 격리된 이곳 사람들은 소작 제도가 폐지된 줄도 모른 채 노예처럼 착취당한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도시로 이주하지만, 이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종적을 감췄던 라짜로는 십수 년 뒤 늙지 않은 모습으로 이들 곁에 재림(再臨)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성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오히려 그는 매질을 당한다.

라짜로의 가치를 알아본 건 현실 관객들이다. 평단의 지지와 소문으로 개봉 2주 차엔 스크린 수가 늘었고, 지난 6일 1만 관객을 돌파했다. '기생충' '알라딘' '토이 스토리 4'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 굵직한 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한 상황에서 달성한 성적이라 더욱 의미 있다. 이를 기념해 지난 주말엔 출연 배우 루카 치코바니가 내한했고, 이용철·정성일 영화평론가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수작인 동시에 주인공 라짜로를 맡은 배우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21)의 연기가 유독 돋보이는 영화다. 이메일로 만난 타르디올로는 라짜로만큼이나 수줍고 순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취미가 낚시와 '공부'란다. 2년 전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오디션이 열려 얼떨결에 따라갔다가 1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 배우 자리를 차지했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탓에 여러 번 출연을 고사했다. "주인공 몫을 제대로 못 할까 봐 겁이 났어요. 하지만 곧 라짜로에 빠져들었지요."

이탈리아 비테르보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그는 "기말 시험 때문에 밤새워 회계학 시험을 준비 중이라 내한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인터뷰 질문을 보낸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답이 온 이유도 "빨리 답하고 시험에 몰두하려고"였다. 그는 "당장은 영화 할 생각이 없다. 연기보다 공부가 재미있다"면서도 여지를 남겼다. "새로운 캐릭터로 또 만날 일이 있지 않을까요? 미래에 만나요."


조선일보 A21면
효성 탄소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