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재·부품산업 투자 막는 환경 규제부터 수술해야

입력 2019.07.16 03:19
국회 환경노동위가 석 달 만에 회의를 열어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회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이 정책들의 부작용이 확산돼 산업 현장을 힘들게 하고 있다. 실질임금 기준으로 이미 1만원을 넘은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폐업 위기이고 '아르바이트 쪼개기' 같은 편법만 성행하고 있다.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때문에 오후 6시만 되면 기업 연구개발 부서와 국책 연구소들이 텅 빈 사무실로 바뀌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국회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와 주휴수당·식대를 포함시키는 등의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 이번 회기에 처리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 52시간제의 탄력 근로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조치도 취해져야 한다.

소재·부품 산업 투자를 제약하고 있는 과도한 화학물질 규제도 고쳐야 한다.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소재·부품 산업의 열악한 경쟁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지만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엄격한 화학물질 관련법 때문에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8년 전 구미공단 불산 누출 사고 때 제정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은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유해 물질 취급 공장의 안전 기준을 79개에서 413개로 다섯 배 이상 늘렸다. 화학물질 한 개 등록에 1200만원까지 비용이 들고 안전 기준을 맞추려면 공장마다 최소 수십억원의 시설 개선 비용이 필요하다. 게다가 더욱 강화된 새 '화학물질등록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등록 대상 화학물질이 500개에서 2030년까지 7000개로 늘어나게 돼 있다. 그 결과 대부분 중소업체 수준인 소재 업체들이 아예 국산화를 포기하고 외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쓰는 상황이 됐다. '화관법'은 내년엔 여기서 더 강화된다고 한다. 안 그래도 열악한 소재·부품 기업들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 화학물질 규제법들은 2012년 구미의 화학공장에서 4명의 사망자를 낸 불산 유출 사고 때 만들어졌다. 여론이 악화된 속에서 '화관법' 등은 업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한 달 남짓 만에 졸속 통과됐다. 이 법이 첫 번째 타깃으로 한 불화수소가 바로 지금 일본이 수입 규제에 나선 세 가지 반도체 소재 중 하나다.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유해 화학물질은 철저히 관리돼야 하지만 규제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기업의 사업 의지 자체를 꺾을 정도면 영원히 '소재 후진국'을 면할 수 없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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