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옳고 그름’을 떠나서 ‘무능’이 문제다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7.15 18:47

엊저녁에 우리나라에서 저명한 정신신경과 K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긴 시간 이런 저런 걱정을 했지만, 요약하면 한 줄이었다. 지금 정권의 문제는 ‘옳다 그르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 정권은 ‘무능하다’는 게 요점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보겠다.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차장은 한·일 중재를 요청하러 미국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 미국은 "이해한다"고 했으나 중재는 ‘거부’했다. 외교가에서 ‘이해한다’는 표현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답답한 상대편한테 해주는 말이다. 김현종씨는 뜬금없이 "1910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들먹였다. 노골적인 반일감정 부채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도청에서 "전남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며 임진왜란까지 끄집어냈다.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구절인데, 문 대통령이 왜 따라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반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런 부질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대신 곧바로 일본으로 날아갔다. 이 부회장은 5박6일 일본에 머물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일본 재계와 금융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시장에 남아있는 불화수소를 일정량 확보했다. 자, 이번 사태를 임진왜란에 갖다 붙이면서 국민들을 부채질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현지로 뛰어가서 급한 물량을 확보하고 온 이재용 부회장,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아니면 결과적으로 누가 유능하고 누가 무능한가.

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을 거론하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동학 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竹槍歌)’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런데 보기에 따라서 조국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대역죄를 저지른 셈이다. 왜냐하면 ‘죽창가’는 무능 부패한 조선말 임금들에 대항해서 농민들이여 죽창을 들고 일어서라고 부추기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김남주 시인이 노랫말을 지은 ‘죽창가’는 현대적 의미로 해석해도 ‘항일의 노래’이기 앞서 ‘반(反)정부 봉기의 노래’다. 직접 ‘죽창가’ 가사를 보겠다. 짧지 않은 가사지만 핵심 부분을 요약해보겠다.

첫 소절은 ‘이 두메가 나와 더불어 꽃이 되자’고 한다고 읊는다. 상당히 서정적이다. 둘째 소절은 ‘이 산골은 나와 더불어 파랑새가 되자’고 한다고 노래한다. 서정을 고조시킨다. 그런데 셋째 소절부터 슬슬 봉기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들판은 나와 더불어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고 한다는 것이다. 문학적으로 ‘들불’은 ‘민중봉기’를 상징한다. 마침내 ‘죽창가’의 결구에 해당하는 넷째 소절은 속뜻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폭력적 반란과 봉기를 부추긴다. 이렇게 돼 있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하네.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조국 수석은 이 ‘죽창가’를 어디까지 읽었는지 궁금하다. 일본의 경제 보복과 한·일 중재 대책을 고심해야 하는 청와대 수석이 ‘마을 사람들에게 죽창을 들고 일어나 반란을 일으키자는 노래’를 찬양하고 있다. 이때 반란은 서울에 있는 중앙정부에 대항하자는 뜻이다. 조국 수석은 알고도 그랬는가, 아니면 전혀 모르고 그랬는가.

일본이 우리 목줄을 쥔 듯 몽니를 부리고 있는 반도체 핵심 소재는 왜 국내 생산이 안 되고 있을까. 바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일명 ‘화평법’, 그리고 ‘화학물질관리법’ 일명 ‘화관법’ 같은 규제법안 때문이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걸림돌이 되는 대표적 규제다. 그런데 이 법안들은 현 여권이 야권이던 시절 드라이브를 걸었던 규제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에서 사람이 넷이나 숨지는 불산 유출 사고가 있었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는 구미 사고를 "현 정부의 규제 완화 중심, 친기업적 정책 탓"(유정아 대변인)이라고 못 박았다. 이후 야권은 이듬해 4월 화평법(심상정 정의당 의원 발의) 제정과 5월 화관법 개정안(신계륜 민주통합당 의원 발의)의 국회통과를 관철시켰다. 그 뒤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및 가시를 뽑겠다’며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고 말았다.

지금 청와대 사람들은 뭘 알고나 있는 것인지, 모르는데도 그냥 밀어붙이고 있는 것인지, 국민들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서 지금 관건은 현 정부의 방향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그냥 ‘무능할 따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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