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싫어하는 '주전장'…감독 "덕분에 영화 홍보"

이재은 기자
입력 2019.07.15 14:45 수정 2019.07.19 16:21
"일본 우익들이 제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해서 큰 홍보가 됐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연출한 미키 데자키(36) 감독이 15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웃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전장’은 일본 극우파와 민족주의자들이 왜 위안부 문제를 감추고 부정하고 싶어하는지를 다룬 영화다.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초현실적"이라면서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을 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마침 아베 총리가 (경제 보복 조치를 통해) 이슈를 만들어줘서 영화에 관심이 모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는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3년간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3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영화로 만들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지 않는 점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일본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제3자로서 양쪽을 모두 인터뷰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면서도 "위안부 이슈와 관련된 중요한 사람들이 화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감정적·정서적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일본 우익이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였다" "위안부들이 정부에 의해서 동원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발언이 나오면 이를 반박하는 또 다른 발언을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된다.

나아가 영화는 위안부 관련 내용이 일본 교과서에서 삭제돼 일본 젊은이들이 위안부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사실, 일본 우익의 행동이 전쟁 전 일본의 국가 종교였던 ‘신토’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까지도 전한다.

지난 4월 일본 개봉 당시 영화에 출연한 우익 인사들이 상영중지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데자키 감독을 고소하기도 했다. 일본내 선거 시즌을 앞두고 ‘주전장’에 대한 설전이 팽팽하게 벌어지면서 영화는 유명세를 얻게 됐다.

데자키 감독은 "한일 양국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보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문제를 자세히 소개하는 영화를 만들어서 한일 양국간 증오를 줄이면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면서 영화를 만든 배경을 소개했다.

이 영화가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고 한국 내에서 일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시기와 영화 개봉이 맞물린 데 대해서는 "‘주전장’은 일본 영화가 아니니 보이콧하지 말아달라"면서도 "일본에 대한 안좋은 감정을 갖더라도 정책이지 사람에 대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전장’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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