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또다른 얼굴, '깡깡이 바다'에 반했어요

부산=박주영 기자
입력 2019.07.12 03:01

국내 첫 조선소 들어섰던 대평동
낡은 건물 고치고 벽화·조형물… 깡깡이마을로 변신 후 활기 찾아

"작년 해운대서 본 야경과 전혀 다르네요. 꼭 한 번 더 오고 싶을 정도로 반했어요." 얼마 전 부산 1박2일 여행길에 영도구 깡깡이마을을 친구와 둘이서 돌아본 임소희(22·서울)씨는 "숙소 창문 너머 지척의 바다, 정박한 어선, 산 허리에 밀집된 주택가가 어우러진 풍경이 해운대나 광안리와 사뭇 달랐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부산 영도구 깡깡이마을 인근에 있는 라발스호텔 옥상에서 시민들이 남항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일 부산 영도구 깡깡이마을 인근에 있는 라발스호텔 옥상에서 시민들이 남항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한국 최고의 바다 관광지로 유명한 해운대, 광안리에 이어 부산 원도심의 '깡깡이 바다'가 뜨고 있다. '깡깡이 바다'는 중구·영도구·서구 등에 걸친 부산 남항 바다를 일컫는다.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부산공동어시장, 국제·연안여객터미널, 선박수리소 등이 있다.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이란 노랫말처럼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나 요즘 바다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부산시와 영도구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영도구 대평동 깡깡이마을을 찾은 사람은 7600여명에 이른다. 작년의 2배 이상이다. 영도구 측은 "대평동은 국내 최초의 조선소가 들어선 곳으로, 수리조선소와 공업사 등이 밀집한 동네여서 방문객은 제로(0)에 가까웠다"며 "2~3년 전 깡깡이마을로 변신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깡깡이란 이름은 일제강점기부터 있었던 수리조선소에서 선박 몸체의 녹과 달라붙은 조개껍데기를 작은 망치로 떼는 작업을 할 때 나는 소리에서 따왔다. 마을의 변신은 부산시와 영도구, 지역 예술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조선업 불황으로 갈수록 가라앉는 대평동에 활기를 불어넣자"며 도시재생 작업을 펼치고 있다. 낡은 건물을 고쳐 마을박물관, 문화사랑방을 만들고 벽화를 그렸다. 벤치와 가로등, 골목 정원, 조형물을 설치했다. 올 들어서는 대평동과 바다 건너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오가는 도선을 부활시켜 운행하고 있다. 최근 마을 주변에 29층 고급 호텔인 라발스호텔이 생겨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변에 롯데백화점 광복점·국제시장·부평깡통야시장·용두산공원·영화체험박물관 등 관광 명소들이 즐비한 점도 발길을 끈다.

깡깡이마을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승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는 "남항 앞바다는 수백년 동안 쌓인 삶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부산 바다에 익숙한 관광객도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A18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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