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문산호에서 스러진 남편… 95세 아내에 훈장을 바칩니다

부산=박주영 기자
입력 2019.07.12 03:01

해군, 거동 불편해 서훈식 못 온 故부동숙씨 유족 집 직접 방문

"훈장증 기사 4급 고(故) 부동숙. 6·25전쟁에 참전하여 빛나는 무공을 세웠으므로 헌법에 따라 훈장을 추서합니다."

11일 오후 1시 50분쯤 부산 영도구 영선동 김봉옥(95)씨 집 거실에서 해군작전사령부 해양작전본부장 황선우 준장이 김씨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전달했다. 김씨는 6·25전쟁 발발 80여 일 뒤인 1950년 9월 15일 장사상륙작전에 참가해 전사한 고 부동숙 기사의 아내이다. 노환으로 몸이 불편한 김씨는 누웠던 몸을 일으켜 지팡이를 짚고 거실로 나와 훈장을 받았다. 부씨 전사 후 69년 만에 수여된 훈장이다.

6·25전쟁 당시 민간 선박 문산호 선원으로서 국군을 돕다 전사한 고(故) 부동숙씨의 아내 김봉옥(가운데)씨가 11일 오후 부산 영도구 영선동 자택에서 해군작전사령부 해양작전본부장 황선우(오른쪽) 준장으로부터 화랑무공훈장을 전달받고 있다. 부씨는 1950년 9월 15일 학도병과 지원병 828명을 문산호에 태워 경북 영덕군 장사 해안에 상륙시키는 작전 도중 전사했다. /김동환 기자
"엄마, 아버지가 상을 받았어." "할매, 나라가 할배한테 상장을 준대요." 김씨의 딸 부행자(74)씨와 외손자 홍성범(48)씨가 김씨의 귀에다 큰 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으~응" 하고 답했다. 황 준장은 "고 부동숙 기사 등 문산호 선원들 같은 위국헌신의 호국영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뒤늦게 찾아와 죄송하다"고 말했다. 외손자 홍씨는 "많이 늦었지만 늦게라도 나라가 이렇게 기억해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딸 부씨는 "아버지 가시고 나서 정말 살기 힘들었는데…"라며 울먹였다.

아내 김씨는 결혼 7년 만에 남편 부씨를 잃었다. 딸 부씨가 다섯 살 때였다. 제주 출신인 김씨는 해녀 물질로 생계를 이었다. 부씨는 "그 당시 굶기를 밥 먹듯 하기도 하고 낙동강 모래·자갈을 채취하기도 하며 힘겹게, 어렵게 살았다"며 "돌아오는 아버지 기일 때 훈장을 제사상에 올리면 이제까지 고생과 앙금이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외손자 홍씨는 "훈장을 소중하게 잘 간직해 자손대대 가보로 삼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0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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