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나토' 구상하는 美, 독일 이어 일본까지 유엔사 참여시킬 움직임

양승식 기자
입력 2019.07.12 03:01

獨에 타진했다 한국 반대로 철회
중·러 견제에 유엔사 활용 포석

미국은 이번 '유엔군사령부 일본 참여' 검토 움직임 이전엔 독일의 유엔사 참여도 추진했던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최근 우리 측과 협의 없이 독일에 유엔사 연락장교 파견을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항의해 철회됐다"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에 미국이 보인 움직임에 대해 "궁극적으로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구상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축으로 유엔사를 활용할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17개국이 모여 있는 유엔사라는 조직을 상당히 유용한 존재로 생각해왔고 동아시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왔다"며 "이 때문에 유엔사가 1978년 전작권을 한미연합사령부에 넘겨준 뒤에도 존속시켜 둔 것"이라고 했다. 유엔사는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져 기능 확장엔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중국과 러시아에 위협적이다. 유엔사 조직이 확장되면 중국은 서(西)로는 인도, 동(東)으로는 유엔사라는, 미군에게 우호적인 세력에 둘러싸이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존재 이유가 없어진 유엔사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둔 국가에 대한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미군 역할 축소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유엔사 소속 국가에 지역 안보 비용을 분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최근 유엔사는 인적(人的)으로도 다국적화됐다. 유엔사는 최근 주한미군사령부 장성이 겸임해온 부사령관에 캐나다 인사에 이어 호주군 장성을 임명했다.

유엔사 확대 과정에서 중심축으로 일본이 부각되면서 일본의 군사 대국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국과 밀월 관계를 구축한 일본이 '동아시아판 나토'의 일원이 된다면 군사력 증강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동북아 안보의 기본 틀이었던 한·미·일 군사 협력 체제도 유엔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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