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權 외치며 서울 온 왕년의 '팜 파탈'

안영 기자
입력 2019.07.12 03:01

킴 베이신저, 복날추모행사 참석 "한국 식문화 전통, 바뀔 수 있어"

"한국은 언제나 변혁의 중심에 서 있었고, 그래서 동물권 논의도 가장 빠르게 발전할 거라 봅니다. 개를 먹는 전통 역시 시간이 가면서 바뀌기 마련일 겁니다." 영화 '나인 하프 위크' 'LA 컨피덴셜'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1980~90년대 할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미국 배우 킴 베이신저(66)가 초복(初伏)을 맞아 한국에 왔다.

그는 12일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주최한 집회 '2019 복날추모행동'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그날 국회 정문 앞에서 '전기 도살돼 그을린 개 사체 모형'을 품에 안을 예정이다. 그는 "한국의 자생적인 동물 해방운동에 연대와 지지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킴 베이신저가 11일 오전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동물권(權)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베이신저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말 못 하는 이들(동물)의 목소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검은색 투피스 바지 정장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에게 "왜 하필 한국에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개 식용을 위해 집단 사육을 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기자가 '개를 먹는 것은 한국의 전통이고,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신저는 "전통이지만 동물권(權)에 반(反)하는 전통"이라며 "스페인의 투우(鬪牛), 일본의 포경(捕鯨) 등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웃으면서, 그러나 차분한 목소리로 그가 덧붙였다.

"우리 집도 집안 전통이 있습니다. 하지만 딸아이와 갈등이 생기면 그 전통도 하루에도 몇 번씩 깨집니다. 시간이 흐르면 전통에 균열이 생기고 인습으로 보이는 부분은 변화하기 마련이지요." 이어 "한국은 역동성과 활력을 가진 나라"라며 "여러 전통이 빠르게 바뀌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베이신저가 동물권 운동을 시작한 것은 45년 전의 일이었다. 배우 시절 이미 LCA(Last Chance for Animals)라는 미국 동물 해방 단체의 회원이었다. 배우이자 모델로 젊은 시절을 보낸 그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곳과 가장 험악한 곳을 두루 경험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동물이야말로 가장 음지에 있는 존재"라며 "바로 그들의 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3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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