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뒤 보복 풀릴거라 생각하면 오산"

노석조 기자
입력 2019.07.10 03:07

[일본의 경제보복] [한일 외교 원로에게 듣는다] [5] 신각수 前주일대사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8일 본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18일까지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일본의 추가 보복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신각수(64) 전 주일(駐日) 대사는 8일 "아베 내각이 수출 규제를 이달 21일 참의원 선거에 맞춰 '반짝' 하는 것으로 본다면 큰 오산"이라며 "아베 내각은 선거 이후에도 '한국 때리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 전 대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7월 18일 전까지 일본이 추가 보복을 못 하도록 특사를 보내든 외교 채널을 총동원하든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상황이 시급한 만큼 양국 고위 당국자 간의 직통 채널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 지난달 19일 우리 측에 '제3국 중재위' 설치를 요구했다. 우리 정부가 답변 시한인 오는 18일까지 침묵하면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는 "도덕적 우위에 있는 우리 쪽이 먼저 일본을 접촉해 보복 조치를 철회하도록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며 "강대강(强對强)으로 가면 경제뿐 아니라 국제적 평판에서도 우리가 잃는 국익이 일본보다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치와 국제법 전문가인 신 전 대사는 외교부 조약국장, 1·2차관을 역임했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 냉각됐던 이명박 정부 후반(2011~2013년) 주일대사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 때도 한·일 관계 나빴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당시가 한·일 관계의 밑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지하까지 떨어진 것 같다. 단발적인 독도 방문과 달리 이번 사안은 2015년 양국이 맺은 '위안부 합의'의 무력화, 1965년 체결한 청구권 협정과 충돌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일련의 과거사 관련 법적 문제라 훨씬 심각하다."

―이렇게까지 악화한 근본 이유는 뭔가.

"한국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은연중에 법은 시대가 바뀌면 같이 바꿀 수 있는 것이라 인식하게 된 반면, 일본은 어떻게 된 법이든 한 번 정해졌으면 끝까지 그걸 준수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현 정부가 전(前) 정부의 잘못된 합의라며 위안부 합의를 일방적으로 사실상 파기해버리고 얼마 안 지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까지 나왔다. 그러자 일측이 전례 없는 강경 대응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어쩔 수 없다는데.

"삼권분립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한 국가가 국제조약이나 관습법을 어겨 상대국에 손해를 주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사법부가 한 거라 우린 책임이 없다'며 면피성 주장을 하는 건 국제사회에서 수용될 수 없다.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본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일본은 한국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사드 사태' 때는 중국에 별소리 못하고선, 일본에는 큰소리치니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빨리 서로 감정을 풀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도 무산됐다.

"오사카에서 김정숙 여사와 아키에 여사는 화기애애했다. 지금 상황에선 양국 퍼스트레이디들이라도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한 무게감 있는 인사를 특사로 보내야 한다."

―일본이 대화 거부한다는 말도 나온다.

"내가 주일 대사로 있던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그달에만 일본 외무성에 네 번이나 초치돼 항의를 받았다. 안 좋은 상황이었지만 지방에 내려가 일본 여론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싸우더라도 대화는 해야 한다."

―먼저 손을 내밀면 일본이 받아줄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우리 정부뿐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성금을 전달하자 많은 일본 사람이 감동하고 한국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우나 고우나, 예나 지금이나 일본은 우리의 이웃이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분명 손을 잡을 것이다."


조선일보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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