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환율 올라서 좋은 게 없다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입력 2019.07.10 03:17

원화가치 떨어뜨리는 요인 많아… 수출 마이너스, 자본은 해외로
'국민소득 3만달러'서 미끄러지고 물가 올라 서민 구매력 훼손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지난 1년 달러당 1130원 선에서 움직이던 환율이 5월 하순 1190원대로 급등하였다가 잠시 안정되나 했더니 다시 1180원 선으로 되돌아와 있다. 원화 가치의 하락을 초래하는 요인들이 모두 그대로 있거나 악화되고 있는 만큼 경계가 요구된다.

먼저 경상수지를 보면, 서비스수지의 만성적인 적자를 메꾸어 주고도 남을 무역수지 흑자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힘인데 수출이 7개월째 마이너스이다. 수출이 줄어드는 것 이상으로 수입도 줄어 무역수지에서 소위 불황형 흑자를 유지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원화에 대한 신뢰의 원천이 훼손되고 있다.

둘째, 외국인 투자의 유입보다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가 2배나 큰 상황이 오래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는 여기에서만 초과 외화 수요가 324억달러에 이르렀다.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은 실종된 지 오래고 해외투자는 중소기업으로, 개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한 금융투자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각종 공제회, 기금, 개인까지 해외투자에 열심인 것을 보면 원화 자산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게다가 외화예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경상수지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고 수입은 줄어서 복원력이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수지를 구성하는 각종 투자의 경우는 한국 기업과 원화 자산의 수익성이 의심받고 있어 가격이 여간 떨어져서는 수요 회복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더 줄지도 모른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어떤 문제가 벌어질까? 우선 이 정부 들어 이룩한 '국민소득 3만달러'가 다시 허사가 될 수 있다. 2017~18년 2년 동안 달러 표시 소득은 13.8% 증가했는데 원화 표시로는 7.8%였다. 우리 돈의 가치가 높아진 덕분에 6.0%포인트만큼 더 증가한 것이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1년간 우리가 2만달러대에서 맴돌았던 것도 환율 때문이었다. 2008년, 2009년에 원화 표시로는 국민소득이 5.4%, 3.5% 증가했음에도 환율 때문에 달러 표시로는 -11.2%, -10.4%를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식량과 에너지를 비롯한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환율이 오르면 모든 물가가 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면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라고 하는 극약 처방까지 써 가면서 늘려놓은 서민층의 실질 구매력은 다시 훼손될 것이고, 소득 주도의 성장은 기본부터 허물어져 내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정부의 20년 집권은 어렵지 않겠는가?

환율은 미·중 통상 마찰,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일본의 수출 제한 등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요인들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출에 유리한데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 것 같다. 가격보다는 품질이 수출 경쟁력의 바탕이 되게 되어 원화 절하가 수출 증대나 성장률 제고에 더 이상 도움이 안 되게 된 지가 언제인데 말이다.

오히려 완만한 원화 절상이 한계기업의 퇴출과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지난 세월 한·일 간의 경제 성적을 비교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경이적 수출 신장과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끊임없는 환율 상승에 의존했다는 것이 문제다. 달러당 330원에서 출발, 지금의 1100원대에 이르기까지 원화 가치를 끊임없이 떨어뜨리면서 수출 대기업을 키워왔다. 그 대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자산인 것은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하자. 그러나 그 부담을 온 국민이 져 온 것이 오늘날 반기업 정서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지금 정부가 반기업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과거처럼 정부의 도움으로 기업이 손쉽게 돈을 벌게 해 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종전 후 고정환율제 시대에 달러당 360엔이던 엔화 환율을 1973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후 끊임없이 절상하여(2011년에는 76엔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지금도 110엔 선에서 선방하면서 수출과 성장을 이룬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

필자는 이 칼럼에서 지난 2회에 걸쳐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우리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정부의 경제 정책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모든 자산의 값을 무차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므로 더욱 큰 문제다. 이 정부는 임기 중 원화 가치를 올린 정부가 되어 주길 바란다.



조선일보 A30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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