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시리아행 이란 유조선 억류…이란 "용납못해"

이경민 기자
입력 2019.07.05 09:04 수정 2019.07.05 09:08
영국령 지브롤터가 4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의 대(對)시리아 제재를 어기고 원유를 이송한 혐의로 이란 유조선을 억류했다.

이 조치는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동 내부에서 긴장감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브롤터 경찰과 세관당국은 이날 오전 영국 해군 군함의 도움을 받아 지브롤터 남쪽 4km 해역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잡았다. 유조선은 330m 크기의 ‘그레이스1’이라는 이름의 유조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7월 4일 영국령 지브롤터 경찰과 영국 해군이 시리아로 원유를 이송 중이던 이란 국적 유조선 그레이스1을 억류했다. 사진은 그레이스1 모습. /AP 연합뉴스
‘그레이스1’은 이란산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비안 피카도 지브롤터 행정수반은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1이 시리아의 바니아스 정유공장에 원유를 운반 중이라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며 "정유공장은 EU의 시리아 제재 대상인 기업의 소유"라고 전했다. 해운전문매체 로이드 리스트는 "유조선이 운반 중이던 원유는 이란산"이라고 보도했다.

그레이스1은 발견됐을 당시, 파나마 국기를 걸고 항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란이 성명을 통해 ‘영국이 자국(이란) 유조선을 불법으로 억류했다’고 밝히면서 그레이스1은 이란 국적 유조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외무부는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를 소환해 이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일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이 같은 행위로 인해 걸프 해역에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브롤터는 EU의 대(對)시리아 제재조치에 따라 그레이스1을 억류했다. EU 28개 회원국은 2011년 시리아의 민간인 탄압을 멈추기 위해 시리아 정부측 인사와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시리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내렸다. 스페인 외무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지브롤터의 그레이스1 억류 조치는 최근 이란의 핵합의 이행 문제로 이란과 서방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중동 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미국이 지난해 핵합의를 탈퇴한 이후 유럽 합의국이 합의 이행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핵합의 철회를 시사하며 유럽을 압박해왔다. 미국과는 최근 중동 해역에서 군사 충돌을 빚으며 긴장 관계에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영국의 이란 유조선 억류에 대해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시리아와 이란 정부가 불법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을 계속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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