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25시] 윤석열 파격 발탁 후 '줄사표 관행' 사라지나

윤주헌 기자
입력 2019.06.27 03:00

사표낸 사람은 봉욱·김호철 뿐
선배·동기들 "일단 지켜보겠다"

사법연수원 동기나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검찰 고위 간부들이 사표를 던지는 게 검찰의 오랜 관행이었다. 검사들은 그걸 '용단(勇斷)'이라고 했다. 여기엔 신임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세워줘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래서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5기 후배인 윤석열(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 후보가 됐을 때 연수원 19~23기 검사장들의 대규모 사의 표명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윤 후보자가 총장 후보로 지명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25일까지 사표를 낸 사람은 봉욱(19기) 대검 차장과 김호철(20기) 대구고검장 두 명뿐이다. 현재까지 이들의 입장은 각양각색이다. 일부는 검찰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총장 후보군 4명 안에 들었던 김오수(20기) 법무부 차관은 사표를 내려 했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택(21기) 울산지검장은 언론에 사의 표명을 공언한 상태다.

그러나 대다수는 '관망형'이다. 윤 후보자와 동기인 연수원 23기 9명은 대부분 남겠다는 입장이다. 선배 기수인 연수원 21~22기들은 국회 청문회까지는 지켜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이나 통과 후 검찰 인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그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은 "고검장 승진을 하면 굳이 나갈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잔류형'도 상당수다. 일부 간부는 "검찰 내부에 남아 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처럼 검찰의 달라진 모습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파격 인사에 검찰 간부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동기가 검찰총장이 됐다고 대거 사표를 내는 관행이 부적절하다는 그동안의 지적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선 변호사 업계의 '한파(寒波)'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한꺼번에 검찰 고위직이 대거 변호사 시장에 나서면 공멸(共滅)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A12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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