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태양광 20년은 돌려라"… 자연사박물관 압박

이해인 기자 이세영 기자
입력 2019.06.27 03:00

긴급회의 소집… 박물관측 "市가 쓰라니 더 써야, 철거 못할 듯"
市, 태양광 중 54%만 추려 통계낸 후 "평균 목표발전량 달성"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태양광 발전기를 철거하려던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지난 24일 본지가 박물관의 철거 계획을 보도하자 서울시가 박물관 측에 "발전기를 20년은 돌려야 한다"고 한 것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지금은 철거 못 한다"며 "(서울시에서) 쓰라 그러니까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1일까지만 해도 "발전기를 철거할 계획을 갖고 방법을 찾는 중이며, 우리 나름대로 옥상을 쓰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어린이 천문대를 제시했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소 철거는 불발됐고, 어린이 천문대는 박물관 옥상 한쪽에 33㎡(10평) 규모로 작게 들어설 전망이다. 한 번에 10명 정도만 견학이 가능하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아 하루 1000명 정도가 찾는다.

26일 서울 노원구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 서울시가 시의원에게 건넨 자료에는 이곳의 태양광 발전량이 실제보다 7.5배 늘어난 1만3964kwh로 돼있다. /조인원 기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태양광 발전기 철거 계획이 틀어진 것은 지난 24일 본지 보도 이후다. 박물관 관계자들이 보도 당일 시가 소집한 회의에 참석한 뒤 전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회의는 태양광 발전기 보급을 총괄하는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본부장 황보연)가 주관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기후환경본부에서 (보도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한다며 회의를 연 자리에서 '한두 푼 들어가는 설비도 아닌데 (발전기를) 20년은 돌려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지난 2009년 5억5800만원을 들여 박물관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그러나 정남향이 아닌 서향으로 들어서 발전량이 목표량의 65%(연간 전기료 환산 435만3000원)에 불과하다.

박물관 발전기의 비효율 문제는 서대문구의회에서도 수차례 제기했다. 지난 2월 구의회에서 박경희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태양광 발전기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지 효력도 없다. (철거를 하지 못하는 것이) 참 암담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강환 서대문구자연사박물관장은 "저도 처음 왔을 때(2016년 6월) 철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자리는 천체관측시설을 구축하기 딱 좋은 장소"라고 답했다. 지난 2012년에도 황춘하 당시 구의원(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민원 때문에 그 방향(서향)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면, 안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정모 당시 박물관장(현 서울시립과학관장)은 태양광 발전기를 '애물단지'로 지칭하며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태양광에서 얻어지는 전기 이익이 하루에 9000원밖에 되지 않아 계속 갖고 있는 게 이익인지 고민을 해야 된다"고 답했다.

이처럼 일부 태양광 발전기가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시는 지난 25일 "서울시 태양광 발전소의 연간 평균 목표 달성률은 106%에 달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서울 시내 태양광 발전소 1083곳 중 580곳의 수치만 산출한 결과다. 전체 발전소 중 46%나 누락됐다. 시는 이에 대해 "이번 보도자료는 2018년, 2019년 설치된 곳과 모니터링 설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 서울시가 관리하지 않는 곳 등을 뺀 뒤에 통계를 냈다"고 말했다.

시가 주장하는 개별 태양광 발전기 수치 중 일부가 부풀려지기도 했다. 시는 지난 14일 이성배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2018년 11월 설치한 노원구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의 발전량을 1만3964㎾h라고 했다. 본지 확인 결과 센터 시설 담당자는 1843㎾h라고 구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구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시의원에게 건네는 과정에서 7.5배가 늘어난 것이다. 시는 지난해 노원구 노원아동복지관도 10만8690㎾h를 발전해 목표량의 97.95%를 달성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764㎾h를 발전해 목표 달성률은 26.85%였다.

시의 통계 자료에는 똑같은 수치가 중복해서 들어간 사례도 확인됐다. 시가 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목표 달성률이 113.64%인 은평구 은평공영차고지가 세 번이나 중복으로 들어가 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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