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대통령 발언, 국제사회 "비밀 핵시설 더 있다"와 거리

윤희훈 기자
입력 2019.06.26 16:39 수정 2019.06.26 17:13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20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집단 체조를 보기 전, 평양 시민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통신사 서면인터뷰에서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이라며 "영변의 핵시설 전부를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말했다. 영변이 북한의 핵시설 핵심이며, 이를 폐기하면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와 국제 핵전문가들의 판단은 이와 다르다. 이들은 북한이 영변 이외에도 다수의 비밀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변 시설을 해체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수소폭탄을 포함한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여전히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인식보다는 북한의 입장에서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에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민간 분야 대북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영변 외 우라늄 시설의 존재를 언급하며 '영변만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미·북 양측은 이런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하노이 회담은 결렬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일대에서 ‘영변 외(外) 우라늄 시설’의 존재를 발견한 사실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비밀 핵시설)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김정은은 (핵시설) 1~2곳을 없애길 원했지만, 그는 5곳을 갖고 있었다"면서 "나는 '나머지 3곳은 어쩔 것이냐. (1~2곳만 없애는 것은) 좋지 않다. 합의를 하려면 제대로 된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제 핵·군축 전문가들도 '영변은 북한의 핵 능력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지난 24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은 핵 협상의 너무 작은 조각"이라면서 "북한이 영변 폐기 약속을 지킨다 해도 북한의 핵물질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북한이 영변 바깥에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북한 전역에서 핵물질의 추가 생산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도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특성을 고려하면 북한은 영변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며 "북한이 사용하는 가스 원심분리기는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시설은 겉보기에는 여느 공업단지나 수퍼마켓과도 구분이 안 된다"고 했다.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역시 "북한은 이미 영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소폭탄의 원료인 중수소화 리튬을 생산하고 있다"며 "영변을 해체해도 북한은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연간 2~3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역량이 있다"고 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어 "각국 정부들의 분석을 종합했을 때 영변 핵 시설의 비중은 북한 전체 핵 프로그램의 최대 50% 수준"이라며 "가장 중요한 시설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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