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영변 核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北비핵화 단계"

박정엽 기자
입력 2019.06.26 16:00 수정 2019.06.26 16:52
文대통령,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통신사 합동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완전 폐기하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기준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럽 순방 당시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서면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공개된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통신사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에는 연합뉴스와 AFP, AP, 교도통신, 로이터, 타스, 신화통신이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폐기시 北비핵화 되돌릴 수 없는 단계"

문 대통령은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의 되돌릴 수 없는 단계란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이라며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가 취해졌을 때 이뤄질 수 있는 제재 (해제)는 어느 수준인가'라는 질문에는 "북·미 회담과 비핵화 과정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으면,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이며, 국제사회도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분적 또는 단계적 완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향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완료했을 때를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루어진 것, 다시 말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이른바 비핵화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과 연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사실상 유엔 대북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영변 핵시설 외 추가 발견한 대규모 우라늄 농축 핵시설 문제를 거론하며 폐기를 요구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북 비핵화의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고 언급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을 "북한 핵시설의 근간"이라고 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영변은 더 이상 북한의 주력 핵시설이 아니며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다수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하노이 회담 때 김정은에 이런 비밀 핵시설의 존재를 제시하며 비핵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비밀 핵시설 비핵화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 美 부담 줄이는 방안⋯남·북·미 모두에 매력적"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남북한 경제프로젝트 재개와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를 맞교환하는 것이 더 큰 진전을 위한 신뢰와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공정한 거래라고 여기는가'라는 물음에는 "나는 남북한 경제프로젝트 재개와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를 맞교환하자고 주장한 바 없다"면서도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 경협 사업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후 맞이하게 될 ‘밝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미 모두에게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제대로 발전해가고 관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경제협력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러자면 국제적인 경제 제재가 해제되어야 하고, 경제 제재가 해제되려면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모든 남북협력은 단 1건의 위반 사례도 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여 추진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북미대화를 촉진한다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평화가 곧 경제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해 한국 경제의 영역을 크게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발전할 경우, 인구 8000만 명의 단일시장이 되어 영국, 프랑스, 이태리보다 더 많으며 독일과 비슷한 수준의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 "남북한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공동번영을 위한 구상을 구체화해나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는 될 수 있는 대로 빠르게 그런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북 간 3차 정상회담 대화 이뤄지고 있어⋯김정은 비핵화 의지 믿는다"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북) 양국 간에는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하노이 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대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루었고, 꾸준히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북·미 협상의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의사에 회의적인 시각이 고조되고 있는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핵 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해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분명한 의지"라며 "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나와 세 차례 회담에서 빠른 시기에 비핵화 과정을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또한, 김 위원장은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비핵화와 연계시켜 말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유연하고 결단력 있는 인물⋯시진핑에 '한·중 회담 前 방북' 제안"

문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차례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상당히 유연성이 있고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며 "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서도 이런 유연성 있는 결단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우려하지 않고 핵 폐기 실행을 결단할 수 있는 안보환경을 만드는 것이 외교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으로 북·중 결속이 가속화 해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접촉면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환영한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중 양국은 수시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하노이 회담 이후 소강 국면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기 위해 우리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한·중 회담 전에 북한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남북,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곧 있을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 상세한 방북 결과를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 "한일협정 체결했지만, 피해자 고통은 현재 진행형…한·일 고통 치유 방안 지혜 모아야"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마무리 된 사안'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선 "비록 한일 협정이 체결되기는 했지만, 국제 규범과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그 상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지점은 피해자들의 실질적 고통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이다"며 "최근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일본에 한·일 기업이 공동 기금을 조성해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한국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리측 제안은)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로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각계의 의견과 피해자들의 요구까지를 종합한 것"이라며 "당사자들 간의 화해가 이루어지도록 하면서 한일관계도 한 걸음 나아가게 하도록 하는 조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포함해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두 정상 간의 협의에 대해 나는 언제든지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G20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일본에 달려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서 북·일 관계의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추진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며,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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