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미국 가려던 멕시코 아빠, 두살배기 딸과 익사

김명진 기자
입력 2019.06.26 11:41
멕시코 마마타모로스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으로 들어가려던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와 딸 발레리아가 24일(현지시각)이 강 둑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AP
한 남성이 얕은 강물에 엎어진채 숨을 거뒀다. 남성의 검은 셔츠 안에는 작은 아기가 팔로 남성의 목을 감은채 숨졌다.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인 리오그란데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둘은 부녀(父女) 관계로 밝혀졌다.

멕시코 일간지 라 호르나다(La Jornada)가 지난 24일(현지시각) 보도한 이 한 장의 사진으로 남미 불법 이민자들의 고달픈 현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AP통신은 "2015년 터키 남서부 해변에 시리아 난민인 세 살짜리 아기 아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라 호르나다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출신의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는 지난 23일 멕시코 마타모로스 인근 지역에서 딸(2)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州)로 들어가기 위해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려다 급류에 휩쓸려 내려갔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그의 아내(21)는 이 매체에 "딸을 먼저 강 건너 미국 쪽 땅에 데려다놓은 뒤 나를 데려가려고 했는데, 아이는 아빠가 멀리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강 속에 뛰어들었다"며 "남편은 아이를 구해서 자신의 티셔츠 안에 넣어 붙잡아뒀지만, 급물살에 휩쓸려가고 말았다"고 전했다. 부녀의 시신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1km 떨어진 곳에서 이튿날 발견됐다.

이민자인권운동가인 모린 메이어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이들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고 많은 이들을 돌려보내는 현재 미국 이민자 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위험이 수반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부녀가 익사한 리오그란데 강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주 도미(渡美) 루트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다 체포된 불법이민자의 40% 이상이 이 강을 건너려고 시도한다고 한다. 지난 23일에도 미국 텍사스주(州) 이달고 카운티 경찰은 이 강 인근에서 20대 여성과 아기 2명, 유아 1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2015년 9월 터키 남서부 해변에 시리아 난민인 세 살짜리 아기 아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엎드려 있다. 터키 해안 경찰은 이날“쿠르디와 그의 부모 등 시리아인 23명이 탄 난민선이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 코스섬으로 가려다 전복돼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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