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하면 비빔밥? 숨은 '소바' 맛집도 많답니다

전주=송혜진 기자
입력 2019.06.25 03:35

메밀냉국수

전북 전주 하면 다들 비빔밥과 한정식부터 떠올린다. 2012년 유네스코 미식 도시(City of Gastronomy)로 지정된 미향(味鄕). 그러나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카페를 운영하는 미식가 김용준씨는 "사람들은 정작 잘 모르는 숨은 전주만의 맛이 있다"고 했다. 대체 뭘까? "메밀냉국수요. 달고 짜고 감칠맛 나는 전주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실제로 전주 시내와 한옥마을 일대엔 메밀냉국수 전문점이 여럿이다. 수십년 세월을 자랑하는 노포(老鋪), '달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있다. 전주시청 관광사업과 김창환 주무관이 말했다. "일본 문화와 우리 것이 뒤섞인 군산이 바로 옆 동네잖아요. 전주도 그 영향을 받아 독특한 맛을 자랑하죠. 특히 여기 양념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달짝지근하고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이 나요. 메밀냉국수도 그럴 겁니다."

매끌매끌하고 차진 메밀면을 후루룩 목으로 넘기다 보면 한낮 땡볕도 잊힌다. ‘베테랑칼국수’ 전주본점의 메밀냉국수는 멸치로 국물 맛을 내서 가다랑어포를 쓰지 않았는데도 향과 맛이 개운하고 진하다. 달고 짭조름하고 시원한 전주만의 맛이다. /영상미디어 양수열 기자

◇달콤 짭조름한 전주의 맛

오전 10시 반부터 전주 중앙동 '서울소바'에 손님이 하나둘 들어찼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소바요"라고 외쳤다. 소바(蕎麥·そば)는 메밀 반죽을 얇게 펴 가늘고 길게 썰어낸 면을 일본식으로 부르는 말. 소바(8000원)와 사리(3000원)만 판다. 1955년부터 영업, 64년 된 집이다.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만 영업하고, 11월부터 2월까진 문을 닫는다. 이은순 사장은 "소바 하나만 하니까 겨울엔 팔 음식이 없어서 닫는 것"이라고 했다. "다들 딴 음식을 하나 더 하라는데 못하겠어요. 소바 하나만 만들기에도 바쁜데, 뭐." 그릇에 담겨 나온 소바는 잘게 썬 김과 파만 올라간 담담한 모양새였다. 육수는 은은하게 달고 짜고 향긋했다. 여수·통영 멸치와 기장 다시마로만 국물을 내서 그렇다고 했다. "호남 사람들은 국수에 설탕을 칠 만큼 달게 먹잖아요? 전주의 소바 육수도 그래서 달콤하죠. 전주 사람들은 또 가다랑어포를 안 먹어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멸치 국물만 먹어요."

65년 된 중앙동의 ‘서울소바’의 메밀냉국수는 은은한 단맛을 자랑한다(왼쪽). 서신동 ‘전주소바’의 메밀냉국수(오른쪽)도 간결한 국물맛에 집중했다. /영상미디어 양수열 기자

전주 교동 '베테랑칼국수'도 오래된 맛집이다. 공식적으로 말하는 개업은 1977년. 실제 처음 문을 연 것은 훨씬 오래됐을 거라는 게 전주 시민들 말이다. 본래는 전주성심여중·여고 학생들의 단골 가게로 시작했다. 칼국수와 쫄면·만두 등을 냈고, 2대를 이어가면서 소바(7500원)·콩국수(8000원)도 내놓게 됐다. 전주 본점은 아침부터 북새통이다. 많이 팔릴 땐 하루 8000그릇까지 팔렸다고 했다. 이곳 메밀냉국수는 진하게 달고 쨍하게 시원한 박력 있는 맛을 자랑했다. 김은성씨는 "육수 맛이 서울보다 달고 일본 것보다 진하다. 전주만의 맛인데, 투박하지만 그래서 또 끌리는 맛"이라고 했다. 창업주인 어머니가 여전히 주방을 지킨다. 직원들은 "특히 어머니의 면 삶는 솜씨는 누구도 흉내 못 낸다"고 했다.

◇단순한 맛, 익숙한 맛

금암동의 '금암소바', 서신동 '전주소바', 전동 '진미집'도 전주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 단맛과 짠맛이 은은한 조화를 이룬다. 전주소바를 운영하는 김수안씨는 "전주 사람들에게 메밀냉국수는 밥보다 익숙한 맛"이라고 했다. "밥과 김치처럼 단순한 맛으로 먹고 친숙한 기분으로 먹죠. 우리에겐 별미가 아닌데 외지 사람들에겐 특별할 수도 있겠죠."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가게 토박이 손님 몇몇이 무심히 메밀냉국수 한 그릇씩을 비우고 일어섰다.



조선일보 A20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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