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 합의해온 80일만의 국회정상화...한국당 의총서 바로 뒤집혔다

김명지 기자
입력 2019.06.24 18:18 수정 2019.06.24 20:59
여야3당 원내대표 합의 2시간만에 부결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4일 파행 80일째에 이른 국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안 추인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선거제·사법제도 개편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한 뒤 공전해온 국회 정상화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곧이어 한국당에선 이 합의안 추인 여부를 논의하는 의원총회가 열렸다. 그러나 의총에서 발언한 의원 다수가 "얻은 게 없다"며 반발했고, 여야3당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한 지 2시간만에 표결로 추인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에 열린 이낙연 총리의 국회 본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도 한국당은 불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에 대해 '조금 더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된다'라는 의원들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애초 여야3당 합의는 각 당의 추인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한국당의 입장은) 종전과 입장 그대로"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김현준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와 북한 선박의 '대기 귀순' 사건, '붉은 수돗물' 사건과 관련한 상임위에만 선별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의총에선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된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향후 처리 절차와 패스트트랙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유감 표명, 추경안 처리 등 대부분 내용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여야3당 합의문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했다. '합의 처리한다'는 약속을 요구해온 한국당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한 의원은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은 반드시 합의 처리한다는 것과는 다르지 않느냐"고 했다. 특히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이날 합의 뒤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한 것을 의원 다수가 문제삼았다고 한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은, 합의정신에 따라 노력해보되 안 되면 강행처리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국회가 파행 사태를 반복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오늘 유감 표명과 합의 처리에 대해 말씀을 해 준 이 원내대표의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의 유감 표명을 사실상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에 대한 사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한국당의 한 의원은 "이 원내대표 유감 표명은 주어가 모호하고 그 내용도 국회 파행 사태가 반복한 것이 유감이란 것이어서 책임 소재를 흐리는 내용"이라며 "이런 내용의 유감 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이고 국회로 복귀하는 건 어렵다"고 했다.

또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것에도 한국당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한 의원은 "5·18 특별법과 원안위 설치법은 국회에서 그동안 논의된 바가 없고 원안위설치법은 소관 상임위 소위(小委)에서도 전혀 합의가 안 됐는데, 합의문에 갑자기 포함됐다는 데 불만을 나타낸 의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가 별다른 조건 없이 추경안 처리에 합의한 것도 한국당 의총에서 반발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3당 합의안에 따르면, 추경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한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한국당은 그동안 정부 추경안을 경기부양 효과도 없는 '총선용 퍼주기 추경'이라 비판해왔는데 문제 예산에 대한 삭감 조건도 없이 추경안 심사에 임하기로 합의한 것은 여당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했다. 다만 또 다른 의원은 "추경은 처리해도 되지 않느냐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에선 "추인도 안 된 합의문부터 발표하는 게 어딨느냐"며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문제삼은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에게 '우리가 추인을 거부해야 당신의 협상력이 생긴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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