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검찰은 아직도 손혜원이 두려운가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6.19 18:00

손혜원 의원이 기소(起訴)됐다. 본질은 ‘불법 부동산 투기’가 아니다. 핵심은 ‘권력형 비리’ 여부다. 이번 일을 ‘부동산 투기 사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이제 ‘손혜원 사건’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검찰이 비겁하다고 보는가. 이유를 대겠다.

‘손혜원 사건’ 수사는 그녀가 집권 여당의 실세라는 직위, 대통령 부인과 고등학교 동창이며 ‘절친’이라는 배경, 그걸 이용해 ‘직권남용’을 했는지 따지는 일이었다. 검찰은 피고인 손혜원에게 부패방지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두 가지 혐의만 걸었다. 흡사 피고인을 아무런 권력도 없는, 고위 공직자도 아닌, 무명 투기꾼 다루듯 하고 말았다.

검찰은 손 의원이 목포시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보안 자료를 받아서, 차명으로 토지 29필지, 건물 24채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것만 해도 국민은 입이 딱 벌어질 일이다. 그러나 본질은 더 깊숙하다. 이런 ‘범행’을 저지르고 있을 때 손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민주당 간사였다. 문화재청과 국토교통부에게 문광위 여당 간사는 ‘수퍼 갑’이다. 손 의원이 집을 사들인 지역 일대에 문화재청은 500억원, 정부는 1100억 원을 투입했다.

검찰은 해당 기관에 손 의원의 압박이나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 따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게 했듯이 ‘직접 압박’과 ‘간접 영향력’까지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 혐의가 드러나면 형법 123조가 규정한 ‘직권남용죄’다. 5년 징역형에, 2분의1을 가중 처벌해 7년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는 무거운 범죄다. 전남 목포 시청이 지역구가 서울 마포을인 손 의원에게 보안 자료를 넘긴 경위도 석연치 않다. 손 의원이 여러 직위를 남용해 목포 시청을 압박했는지 따져야 한다.

민주당도 검찰 못지않게 비겁하다. 어제 민주당은 손혜원 의원을 "이미 탈당한 사람"이라고 했다. ‘범행’이 벌어지던 기간 손 의원은 민주당 실세였고, 문광위 민주당 간사였고, 손 의원이 해명 회견을 할 때 홍영표 원내대표가 들러리를 섰다. 이걸 없던 일로 하고 싶은 모양이다.

손 의원의 아버지는 남로당과 월북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그 과정에 손 의원은 여의도 의원회관의 자기 사무실로 피우진 보훈처장을 불렀다. 이것이 직권남용은 아닌지 검찰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혹 문재인 정권의 사상적 정체성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그냥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지난 1월 KBS ‘9시 뉴스’는 손 의원을 인터뷰했다. 그녀가 해명으로 일관했는데도, 이례적으로 무려 10분이나 시간을 할애했다. KBS 공영노조는 성명을 냈다. "노골적으로 KBS가 손혜원 의원 구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 뒤에 누군가가 사주한 세력이 있다고 본다. 그게 청와대인가. 대답하라. 청와대가 주문한 것인가. 김정숙 여사가 손혜원 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것 때문에 이런 방송을 하는 것인가."

성명은 핵심을 찌르고 있다. ‘배후’를 묻고 있다. ‘김광일의입’도 묻는다. 검찰은 아직도 손혜원이 두려운가. 아니면 검찰은 손혜원의 배후가 두려운가.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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