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가 패 없을 때 더 세게 나오듯"…손혜원의 '말말말' 심리분석해 보니

박현익 기자 홍다영 기자
입력 2019.06.19 16:50 수정 2019.06.19 18:07
도박에서 베팅하듯 의원직과 목숨까지 거는 孫
전문가 "시간 지나면 다 잊게 된다…先攻 전략"
싸움판은 목포, 페이스북 등 주로 ‘내 구역’에서
말 뒤집기는 "전형적인 물타기"…다음은 법원 비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지난 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내려놓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마치 도박사가 심리전하듯, 정치 고단수가 판 뒤집듯 노련하다."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에 대해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벼랑 끝에 몰리면 잘못을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다만 손 의원은 홍보 전문가답게 지지자들의 심리를 용의주도하게 이용하고 상황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왔다"고 평가했다.

손 의원은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지난 18일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초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서 약 5개월 만이다. 손 의원은 그동안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인생을 걸겠다고 공언하는 등 과감한 방식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처음처럼’, ‘참이슬’, ‘딤채’, ‘정관장’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브랜드 수십 개를 만든 ‘브랜딩의 귀재’인 손 의원은 자신을 겨냥하는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에 오히려 ‘맞불’을 놓으며 남다른 대응 방식을 보였다.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자신과 대척점에 선 이들을 움찔하게 하는 효과도 봤다. 손 의원의 이 같은 전략을 범죄심리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손 의원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행보를 계속 보일까. 전문가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목숨·재산·의원직 모두 건 孫…"마치 도박에서 심리戰 하듯"
손 의원은 처음 논란이 불거지고서 단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며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내 인생과 전 재산은 물론, 의원직을 걸겠다. 목숨을 내놓으라면 그것도 내놓겠다"고 했다.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치 도박에서 패가 없을 때 괜히 더 세게 나오는 것과 같다"며 "나는 강하고, 죄가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상대가 수그러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손 의원은 베팅을 하듯 처음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나는 인생을 거는데, 무엇을 걸겠냐"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약속과 과도한 자신감은 자신을 정치적 음모로 인한 희생양으로 포장해 지지자들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했다.

손 의원은 이내 탈당까지 선언했다. 또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검찰에 고소했고, 인터넷에서 자신을 비난한 네티즌 수십명도 추가 고소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전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세게 안 나가면 뭔가 ‘켕긴다’는 인식을 줄까 봐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라며 "어차피 거칠게 나가 ‘전 재산 기부한다’, ‘목숨 걸겠다’는 말을 해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을 텐데 재판 끝나고 나면 누가 손 의원의 약속에 관심을 갖겠느냐"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학에서 일종의 ‘중화(中和)기법’이라 불리는 테크닉(기술)"이라며 "자신을 비난하는 자에 대해 비난함으로써 내 입지를 다지고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지난 1월 23일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기자회견은 목포에서, 인터뷰는 특정 언론사만…먼저 판 깔고 싸움 거는 이유는?
손 의원은 지난 1월 23일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신이 투기했다는 혐의를 받는 장소에서 ‘판’을 깐 것이다. 손 의원은 "(투기 의혹을 처음 보도한) SBS 기자들 어디 계시느냐. 왜곡된 취재를 해서 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국민 소모전을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마케팅 차원에서 목포는 손 의원에게 자연스러운 무대"라면서 "위태위태하고 넘어질 것 같은 공간에서 (투기 의혹과 관련된) 이슈를 선제적으로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을 더 크게 벌이자’는 심리도 있었을 것 같다"면서 "마케팅 전문가답다"고 했다. 이웅혁 교수는 "목포에 대한 ‘사랑’ 등 더 높은 가치에 호소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며 "그런 가치가 인정된다면 범죄가 맞는다고 드러나도 정당화하고 합리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손 의원은 또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KBS 등 특정 매체를 취사 선택해 해명에 나섰고, 자신의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의혹을 보도하는 언론사나 이를 수사하는 검찰을 수시로 공격했다. 당시 KBS 공영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손 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 심층 취재는 못할망정 의혹 당사자의 유리한 말만 담았다"며 "KBS의 비호가 의심된다"고 할 정도였다. 황상민 전 교수는 "자신이 대세의 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초반에는 지지자들이 더 강하게 결집하는 등 (전략이) 잘 먹혔다"고 했다.

◇"검찰 수사 보고"→"재판 결과 나오면"→"재판 길어지는데…"→?
손 의원은 지난 1월 20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검찰 조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5개월 뒤인 지난 18일 손 의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사들이고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검찰이 결론 내리자 그는 "억지스러운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에서 목포 부동산에 대한 차명 재산 의혹이 하나라도 밝혀지면 전 재산 기부는 물론 국회의원직도 약속대로 사퇴하겠다"고 했다. 이 말은 다음날 또 바뀌었다. 19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전 재산 내놓고 국회의원직도 내놓는다고 했는데, 재판이 오래가면 그때는 이미 국회의원이 끝났을 것 같다"고 했다.

공정식 교수는 "증거조사하고 증인들 불러 신문하는 등 재판은 오래 걸릴 테니 그사이에 정치적으로 공세에 몰리는 것을 방어하면서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면서 "재판 결과가 나오면 이번에는 ‘판사가 잘못했다. 판사가 편향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웅혁 교수는 "처음엔 언론, 그다음엔 검찰, 이번엔 법원으로 책임 소재를 바꾸고 있다"며 "법원 판단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법원을 비난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명성을 지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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