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윤의 뉴스를 입다] 묵묵히 버텨라, BTS에게 선택 받은 톰 브라운처럼

최보윤 기자
입력 2019.06.18 03:00
방탄소년단(BTS)을 해바라기 하는 건 패션계도 마찬가지다. 해외 본사에서 "BTS를 (쇼에) 초청할 수 없는가"란 요청이 수시로 들어온단다. 너무 바빠 옷 입어볼(피팅) 시간도 없다고 해서 BTS가 매장에서 물건을 샀다는 정보라도 들어오면 '우리 옷을 언제쯤 입어줄까' 눈 빠지게 기다린다는 패션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그 와중에 내심 웃는 브랜드가 있다.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당시 기자회견에서 BTS가 입고 나온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톰 브라운'이다. 비틀스의 모즈룩(모던하다는 뜻)을 연상시키는 단정한 매무새에 '영국 브랜드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리더 RM이 "이거 톰 브라운인데요"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멤버 진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이자 지난해 타임지 커버 촬영 때도 입은 브랜드. 톰 브라운을 수입하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 관계자는 "세계 최고 무대에 앞서 유니폼처럼 입고 싶다는 요청에 슈트부터 슈즈까지 모두 전달했다"고 말했다. 남성 슈트로 출발한 톰 브라운은 삼색 라인 로고로 유명하다. 발목까지 오는 짧은 바지 라인을 히트시킨 주인공이다.

/톰브라운 페이스북

우연이겠지만 '디자이너'로서의 톰 브라운(54·사진)의 출발도 그리 화려하진 않았다. 대학 재학 중 배우가 되고 싶어 LA로 갔지만 곧 한계를 느끼고 운전대를 뉴욕으로 돌렸다. 아르마니 쇼룸 판매 직원으로 패션계에 입문했다. 법조인·의사로 가득한 보수적인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았다. 톰 브라운의 '선택'은 묵묵히 견디는 것이었다. 그의 패션에 대한 지극한 열정을 알아본 랠프 로런(80)이 소문을 듣고 직접 발탁한 뒤에야 디자이너 일을 제대로 배웠다. 역시나 넥타이 판매 직원으로 일을 시작한 랠프 로런이 자신의 배고팠던 시절을 톰 브라운을 통해 투영했던 것 같다.

그랬던 톰 브라운은 지난해 이탈리아 제냐그룹에 자신의 브랜드를 5억달러(약 5929억원)에 매각하며 단번에 거부(巨富)가 됐다. 최근 패션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묵묵하게 버티기'다. 구찌 디자이너 미켈레도, 샤넬의 비아르도 10년에서 30년까지 빛나지 않은 세월을 견디고서야 주인공이 됐다.


조선일보 A21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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