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탈락 몰린 친박, '박근혜 신당' 움직임

김형원 기자
입력 2019.06.17 03:00

홍문종, 한국당 탈당 공식화 "朴 前대통령 모시고 총선 치를 것"
TK 의원들 "민심은 反文연대인데 언제까지 朴 前대통령 팔거냐" 비판

자유한국당 내 강성 친박(親朴)계인 홍문종 의원은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시고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면서 한국당 탈당을 공식화했다. 대한애국당은 홍 의원을 영입해 조원진 의원과 함께 당 공동대표로 추대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선 "옥중(獄中)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앞세워 정치 생명을 연장하겠다는 시대착오적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향후 한국당 공천 과정에서 탈락자들을 '이삭줍기'식으로 끌어들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비례 의석을 챙기겠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탈당 선언문을 배포하고 탈당계를 제출하겠다"면서 "모든 과정을 박 전 대통령과 상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당당하게 청와대로 입성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했다. 이어 "제가 공천 못 받을까 봐 당을 나간다고 하는데 굴하지 말라. (한국당의) 수많은 의원이 '언제쯤 탈당하면 좋을까'라면서 제게 물어본다"고도 했다. 조원진 애국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박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모시고 다음 총선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홍 의원 탈당 움직임은 한국당 지도부가 '공천 물갈이' 입장을 밝힌 이후 시작됐다.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지난 6일 "탄핵에 책임 있는 현역들을 물갈이하겠다"고 밝혔고, 황교안 대표도 12일 "국민이 인재를 추천해 달라"며 현역 물갈이를 예고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의원의 탈당 선언은 공천 배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한애국당은 홍 의원이 탈당 후 합류하면 공동대표로 추대한다는 방침이다. 당명도 박정희 정부 때 여당인 공화당의 이름을 따서 '신(新)공화당'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2008년의 '친박 연대'를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애국당은 총선이 임박하면 공천 가능성이 떨어지는 한국당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이탈해 합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애국당 관계자는 "만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돼 정치적 메시지를 내면 한국당 친박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소수 정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내년 총선에서 적용될 경우 TK 지역의 지지를 바탕으로 비례대표 의원도 여러 명 배출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한국당 TK 의원 대다수는 "언제까지 박 전 대통령을 팔아 정치하려 하느냐"며 "일부 친박의 '우려먹기'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고 했다. 대구의 한 의원은 "지역 민심은 '친박 연대'가 아니라 이번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반문(反文) 연대'로 통일되고 있다"며 "공천 탈락 위기에 몰린 일부 의원이 또다시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데 호응할 유권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 다른 의원도 "의원은 고사하고 당원(黨員) 30명도 애국당으로 데려가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 민심이 좋지 않다"고 했다. 경북 지역 의원은 "분열을 조장할수록 민심은 애국당을 외면할 것"이라며 "홍 의원 탈당이 도리어 '보수 대통합'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에선 외연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강성 친박이 자발적으로 탈당하면 한국당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쇄신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들의 탈당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박계 수도권 중진 의원은 "중도 보수와의 보수 대통합에 순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보수 대통합 지분이 사라지면서 애국당에는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도 "(통합에) 부담스러워했던 강성 친박들이 알아서 나가주는 것은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했다.


조선일보 A6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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