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 '유일한 목격자'에서 '프로 소송러'로...고소·고발에 뒤덮인 그녀의 100일

백윤미 기자
입력 2019.06.16 15:20 수정 2019.06.16 16:45
지난 4월 윤지오씨가 캐나다로 출국하면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공항 출국장에서 생중계 방송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고(故)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한때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배우 윤지오(32)씨가 연이은 고소·고발로 이젠 소송전(戰)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4월 23일 김수민 작가 등이 윤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두달 여 동안 피소된 사건만 5건에 이른다. 50여일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일한 목격자’가 출국 후 딱 50여일만에 ‘프로 소송러’가 된 모습이다.

◇명예훼손·사기·후원금 반환...피고소·피고발만 5건
윤씨에 대한 고소·고발전의 포문은 윤씨의 자서전인 ‘13번째 증언' 출판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김수민 작가가 열었다. 김 작가는 지난 4월 23일 자신의 변호인으로 박훈 변호사를 선임한 뒤, 경찰에 윤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윤씨를 고소했다. 사흘 뒤인 26일 박 변호사는 "윤씨는 2019년 1월 두 번의 차량 사고가 성명 불상의 테러였으며 신변 위협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완벽한 허위 진술"이라며 "그가 만든 공익재단 역시 국세청 비영리 사업체였고, 사업자는 윤씨 본명인 윤애영이었다"며 서울경찰청에 윤씨를 사기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박훈 변호사가 26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윤지오를 사기 혐의로 직접 고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강연재 변호사도 윤씨와 정의연대·무궁화클럽 등 몇몇 시민단체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 윤씨는 지난 3월 초 언론 인터뷰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씨는 당시 국회의원의 실명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홍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이에 서울 송파서는 지난 7일 홍 전 대표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강 변호사를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이날 강 변호사는 "기자회견 당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윤씨의 증언에 의해 홍준표가 리스트에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긴 관련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증언의 신빙성 논란이 확산되자, 윤씨에게 후원금을 냈던 439명의 후원자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나섰다. 윤씨가 논란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자, 지난 10일 후원자들이 후원금 반환 소송을 낸 것이다. 이들이 반환을 요구한 후원금은 총 100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국회의원을 지낸 박민식 변호사가 "윤씨가 피해자인양 속여 거짓과 부정한 방법으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지원받았다"며 윤씨를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위반과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회의원 재직 시절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을 제정한 박 변호사는 윤씨가 40일 동안 ‘초호화 호텔’을 이용하며, 이 기금에서 900만원을 지원받은 것이 해당법 위반과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또 윤씨가 장씨 사건의 범죄피해자가 아닌데도 이같은 사실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은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윤지오에 대한 후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인단 대리인 최나리 변호사가 소송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대응 나선 윤지오…증언 문제삼은 기자 시작으로 고소전 예고
김수민 작가의 고소 하루 뒤인 지난 4월 24일 캐나다로 출국한 윤씨 역시 대규모 소송전(戰)을 예고하고 있다. 윤씨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예상되는 소송만 10여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달 11일 자신의 SNS에 "오늘 1차 고소로, 김대오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앞으로 진실을 왜곡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저작권 침해, 영상 조작,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을 하며 마녀사냥으로 가해한 모든 사람들을 몇 년이 걸리더라도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순차적으로 추가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윤지오 인스타그램 캡처
김 기자는 연예전문기자로, 2009년 3월 장자연씨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그는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윤씨가 진술한 내용을 문제삼아 공론화시켰다. 윤씨가 "조사단에서 50명의 일목요연한 리스트를 봤다"고 주장한 대목을 두고, 김 기자는 "윤씨가 밝힌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진술이 바뀌고 있으며, 진술에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며 신빙성을 문제삼았다. 또 김 기자는 지난 4월 김 작가와 박 변호사가 윤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할 때 동참하기도 했다.

앞서 윤씨는 지난 5일 "악플러 고소와 함께 허위사실을 보도한 언론매체들도 고소 진행을 준비중임을 공표한다"고 했다. 윤씨는 또 "악플러를 선처없이 고소하겠다"며 자신의 메일로 악플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악플과 허위사실 유포, 스토킹은 범죄행위"라며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들은 지속적으로 제2, 제3의 가해와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4월 1일에는 자신을 비방한 유튜버를 공개하며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글도 올렸다. 한 네티즌이 윤씨에게 "37만 명의 구독자를 둔 유튜버가 ‘공소시효가 끝났는데 왜 증인이 나서서 설치느냐’ ‘혈세를 들여 신변보호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냐' 등의 주장을 했다"는 제보를 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윤씨는 자신의 SNS에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누려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오늘 다 고소하는 중이니 처벌 받으라"고 했다. 해당 채널은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이모부로 알려진 김모씨를 향해서도 고소장을 접수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조카인 윤씨를 향해 "윤지오의 크고 작은 거짓말은 장자연 사건에 피해만 끼칠 뿐더러 가족에게도 씻지 못할 상처를 줬다"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장했다. 이에 윤씨는 SNS에서 "제게 이들은 더이상 가족이 아니다"면서 맞선 것이다.

윤지오씨가 지난 4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윤씨는 현재 캐나다에 있는 상태다. 지난 4월 24일 어머니 병간호를 한다는 이유로 캐나다로 출국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한국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한번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잇따른 고소·고발에 윤씨가 해외로 도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지만, 윤씨는 귀국 일정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라고 주장한 윤씨는 지난 3월 캐나다에서 입국해 자신의 수필집 ‘13번째 증언’ 출간에 맞춰 방송에 여러 차례 출연, 장자연 사건 관련 언급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만든 후원계좌와 비영리단체 이야기를 하며 사실상 모금에 들어갔다. 이어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몇 차례 출석해 증언을 했고, 국회의원들이 마련한 북콘서트에도 참여했다. 이후 신변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증언자 보호를 위해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후원을 이어가다가 김 작가 등에 고소당하자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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