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간 세금으로 직원 월급 주다 4조원 날린 성동조선 사태

입력 2019.06.15 03:19
법정관리 중인 중형 조선사 성동조선해양이 청산될 가능성이 커져 여기에 투입된 사실상 국민 세금 4조여 원이 휴지 조각으로 변할 전망이다. 성동조선을 관리 중인 법원이 세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적정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다 실패했다. 중국산 저가 선박 공세 앞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성동조선은 작년 이후 신규 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했다. 이런 빈껍데기 조선소를 누가 사겠나. 애초 회생 가능성이 희박했던 부실기업을 세금으로 연명시키는 바람에 국민 부담만 더 커졌다.

중형 유조선을 주로 생산하는 성동조선은 한때 수주량 세계 8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09년 외환 파생 상품 키코(KIKO) 투자로 1조원대 손실을 입으면서 자본 잠식에 빠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회사를 살린다는 방침을 세웠고, 수출입은행·농협 등이 사실상 세금인 4조2000억원을 지원했지만 경영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글로벌 조선 불황이 본격화하고 중국 업체의 덤핑 공세까지 겹쳐 30~40척에 달하던 선박 수주 잔량이 2016년엔 제로(0)로 떨어졌다. 일감이 바닥나자 채권단이 수혈한 돈은 대부분 인건비로 지출됐다. 10년 가까이 국민 세금으로 망한 기업의 직원 월급을 준 셈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채권단 의뢰를 받은 회계 법인이 "계속 운영보다 문을 닫는 것이 3배 이익"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금융 논리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을 함께 고려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기업 회생을 계속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 산하 성동조선 노조가 경남도지사 사무실로 몰려가고 노조위원장이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정부·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정부는 실업 사태와 지역 민심 악화를 겁낸 나머지 '좀비 기업' 연명을 선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초 대우조선에 찾아가 "조선 경기가 곧 턴어라운드(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현실적 전망을 밝혔다. 조선업 불황이 여전한데 대통령이 낙관론으로 그릇된 환상을 준 것이다. 그 두 달 뒤 성동조선은 정부 지침에 따라 법원 관리 아래 회생 가능성을 모색하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마저 포기한 조선사를 법원이라고 어떻게 살리겠나. 경제 원리 대신 정치 논리에 휩쓸려 눈앞만 모면하려는 역대 정부의 무책임한 부실기업 정책이 헛돈 4조원만 날리는 결과가 됐다.


조선일보 A27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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