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 최대 해외 투자, 기업이 떠난 게 아니라 내몰린 것

입력 2019.06.15 03:20
올 1분기 한국 기업이 가지고 나간 해외 직접투자액이 141억달러를 돌파해 38년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보다 45%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 촉진 효과가 큰 제조업 해외 투자는 140%나 늘어 전체의 41%에 달했다. 반면 2017년 증가율 16%에 달했던 국내 설비투자는 올 1분기 17.4% 감소해 10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외국 기업의 국내 직접투자도 36% 줄었다. 기업들이 국적(國籍)을 가리지 않고 한국 내 투자를 줄이고 있다. 한국 경제가 누려야 할 일자리와 성장 동력이 해외로 탈출해 다른 나라로 떠난 것이다.

한국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국내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급등하고 강성 노조가 법 위에 있는 듯 행세하고 있다. 기업에 호의적이지 않은 정부는 근로시간을 무리하게 단축하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반기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산업 안전을 이유로 툭하면 공장을 세우고 기업주를 감옥에 넣을 수 있는 법 규제도 도입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 자금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 하고, 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기업 수사와 조사, 압수 수색은 일상이 돼버렸다. 이렇게 기업 환경이 열악한 나라에서 무엇을 얻겠다고 기업들이 투자하겠는가.

이해 집단의 기득권 논리 앞에서 해결 능력을 잃은 정부는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신산업 규제 혁신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일본은 로봇을 이용한 원격 수술까지 허용한다는데 우리는 동남아 국가들이 하는 원격진료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카풀, 공유 숙박, 드론, 헬스케어, 인터넷 은행 등 거의 모든 미래 산업이 규제에 묶여 낙오 위기에 처했다. 설득과 조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정부는 아예 손을 놓은 분위기다. 사방에서 목을 조이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기업이 나가는 게 아니라 정부가 기업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선일보 A27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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