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 과거사위 브리핑 "질문 안받겠다"…기자단 '장관 보이콧' 나홀로 기자회견

박현익 기자
입력 2019.06.12 15:50 수정 2019.06.12 18:53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후 2시30분 텅 빈 브리핑룸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활동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1동 법무부 브리핑실. 텅 빈 이 곳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들어섰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시각에 법무부 출입 기자단은 모두 빠졌다. 비출입사 기자에 국민방송 영상 담당자, 일부 사진 및 영상기자, 심재철 대변인 등 그를 수행하는 법무부 직원 몇 명만 있을 뿐이었다.

박 장관은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준비해 온 발표문을 읽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활동에 대한 내용이었다. 보도자료를 모두 읽고 난 박 장관은 담담히 기자회견장 밖을 빠져나갔다.

이날 기자회견은 박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을 일체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사실상 무산됐다. 박 장관은 "기자 없어도 예정대로 하겠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텅 빈 브리핑룸에서 홀로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후 2시30분 텅 빈 브리핑룸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활동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법무부는 전날 기자회견 일정을 기자단에 공지한 데 이어 이날 기자회견을 1시간 가량 앞둔 오후 1시 13분쯤 ‘추가 공지’를 했다. "금일 발표 이후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은 마련되지 않을 예정"이라며 "브리핑 관련 질의가 있으신 분은 대변인 등에게 질의해주면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기자단에서는 "기자들 질문을 받지도 않고, 답변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 기자들을 회견장에 부른 이유가 무엇이냐" "장관 발표하는 내용만 그대로 보도하라는 것이냐" 는 말이 나왔다. 이후 기자들은 박 장관이 질의응답을 받지 않는다면 기자회견에 가지 않는 것은 물론 박 장관이 발표하는 내용도 보도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이 같은 기자단 방침을 전달하자 법무부는 오후 2시쯤 "(박 장관 대신) 대변인이 질의응답을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대변인이 왜 장관의 질의응답을 대신 하느냐"며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 보도를 보이콧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후 법무부는 '박 장관이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브리핑 자료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현장에서 질의응답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박 장관의 기자회견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18개월간 활동을 끝내면서 그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힐 계획이었다. 과거사위 활동은 감춰지거나 잘못 수사한 진실을 일부 밝혀내는 역할도 했지만, 무리한 조사나 알맹이 없는 조사 결과로 숱한 정치적 논란만 불렀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법무장관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고 고집하자 기자들이 무더기로 기자회견에 불참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단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과거사위 활동에 대해 질문을 안 받는 것이 '부족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하는 장관의 판단 근거가 무엇이냐"고 재차 법무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법무부는 일절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법무부에 출입하는 기자는 40개 언론사, 266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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