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SS 화재 원인 규명 실패, 또 구멍 뚫린 탈원전 도박

입력 2019.06.12 03:18
2년 전부터 연이어 발생한 태양광·풍력발전용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화재 원인을 조사해 온 산업자원부가 11일 결과를 발표했으나 그 내용은 사실상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원인을 모르니 불이 안 나게 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ESS 화재는 23차례 발생했다. 전국 ESS 설비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동 중단 상태다. 올 들어 새로운 ESS 설치도 없었다. 화재 위험 때문에 앞으로도 ESS 설치를 꺼릴 수 있다.

배터리형 ESS는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태양광·풍력 위주 신재생에너지 전력 시스템의 핵심 축이다. 신재생 전력은 태양 빛과 바람이 있을 때 태양광·풍력에서 생산한 전력을 어딘가에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ESS 배터리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ESS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ESS는 아직 개발 중이어서 신뢰성이 불확실한 기술이다. 에너지 로드맵은 기술의 진화 추이를 봐가면서 유연하게 세워야 하는데 무조건 태양광·풍력으로 가겠다고 밀어붙이다가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유럽에선 독일이 태양광·풍력 전기 비중을 35%까지 늘렸고, 덴마크도 풍력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 나라들에서도 이 에너지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점증하고 있다. 전기료만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 국가들은 다른 유럽국과 전력망이 연계돼 있어 태양광·풍력이 돌지 않더라도 이웃 나라에서 전기를 얻어다 쓸 수 있다. 우리 처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앞뒤를 재지 않고 도박하듯 밀어붙이는 '탈원전'과 '태양광·풍력' 정책이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


조선일보 A35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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