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정권 교체? 체제 붕괴, 레짐 콜렙스 뿐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6.11 18:00

북한 핵무기, 어떻게 될까. 단도직입적으로 초등학생처럼 물어야 한다. 3년 뒤 북한 핵무기는 어떻게 돼 있을까. 5년 뒤, 10년 뒤, 북한 핵무기는 어떻게 돼 있을까. 최대 60기까지 확보했다고 관측되는 북한 핵탄두, 그리고 핵탄두를 탑재한 상태로 제주도까지 날아갈 수 있는 북한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이것들이 5년 뒤 어떻게 돼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들을 핵 인질로 붙잡고, 턱 밑에 날카로운 칼끝을 들이대 놓고 있는 형국인데, 한국 대통령은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왔다면서 틈만 나면 해외 순방이나 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 이런 상황이 3년 뒤, 5년 뒤에 어떻게 돼 있을까.

주간조선이 최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한테 물었다.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태영호 공사는 단 한마디로 말했다. "현 구조에선 없다." 그렇다면 정말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는 뜻일까. 미국 정부 당국자가 말한 것처럼 미국 크루즈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한 상태에서 한반도 주변 해역에 상시 배치해야 하는 걸까. 그것마저 확실하지 않다면, 한국도 이제 핵무장을 서둘러야 하는 것일까. 일단 태영호 공사의 다음 말을 들어보겠다. 태 공사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 핵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김정은 체제 붕괴뿐이다. 흔히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라는 말을 쓰는데 ‘레짐 콜렙스(regime collapse)’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표현이 프랑스어와 영어로 돼 있어서 얼른 와 닿지 않는다. ‘레짐’이란 프랑스어는 체제, 정권, 이런 뜻이고, ‘콜렙스’란 영어는 붕괴라는 뜻이다. 태영호 공사는 이것을 알기 쉽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풀이해서 설명해준다. "레짐 체인지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들어가서 그 정권을 바꾸는 거다. 반면 레짐 콜렙스는 (외부로터의 물리적인 자극이 정권 붕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내부로터 봉기가 일어나 무너진단 얘기다. 레짐 콜렙스로 북한 정권이 합리적인 정권으로 바뀌지 않으면 북핵 포기는 없다."

태영호 공사는 북한에 있는 2030세대에게 기대를 걸었다. 북한의 20대, 30대 젊은이들은 "북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주입식으로 배웠다"고 했다. "그들은 지상낙원을 교과서에서만 봤다"고 했다. 그래서 태영호 공사는 "이 (2030) 세대가 장성하고 현 (장·노년) 세대가 물리적으로 사라지면 북한이란 존재는 물리적인 한계에 올 거다"라고 장담했다. 워싱턴 포스트(WP) 신문의 베이징 지국장이자 북한 문제 전문가인 파이필드씨가 최근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를 냈다. 김정은도 얼마나 궁금했으면 트럼프가 재선될 수 있을지 뉴욕에 있는 한국인 점쟁이한테 점까지 봤다고 했다. 파이필드 지국장 역시 김정은을 세습 독재의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태영호 공사는 북한의 2030 세대가 이 ‘마지막 계승자’를 더 이상 참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김정은을 3번 만났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를 오갔다. 결국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이중 플레이에 속은 것일까. 태영호 공사는 말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내가 바라는 바를 안겨주면 핵무기를 폐기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에게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을 폐기하겠다고는 절대 한마디도 안 했을 거다." 그렇다면 도대체 문 대통령은 무엇을 근거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문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국민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일까.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직접 들은 ‘진짜 얘기’는 정확하게 어떤 말인가.

북한의 레짐 콜렙스, 김정은 체제 붕괴, 언제 올지 모르는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 국민은 핵 인질 신세라는 올가미를 목에 걸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정말 답답하고 암울할 뿐이다. 우리는 다음 총선에서 여야 정당에게 이에 대한 확실한 생각을 물어야 한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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