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美·中·日에 보복 협박당하는 한국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입력 2019.06.01 03:12

中 보복은 시장을 잃을 위험, 日 보복은 우리 산업의 급소를 위협
美 대북 금융제재 발동되면 한국 기업·금융 피해볼 우려… 우선 보복을 막는 것이 상책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사면초가다. 작년만 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관한 세계 평가 기관들의 전망은 대체로 3%대 성장이었다. 올해 들어 2%대로 하락했고 1분기가 지나면서 1%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분기 우리 경제는 0.3% 마이너스 성장이다. 투자는 -10.8%고 수출도 급격히 줄고 있다. 현재와 향후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동행지수·선행지수 모두 10개월 이상 연속 하락하고 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긴급한 경제 살리기나 경기 부양은커녕 근거 없는 낙관론과 함께 세계 10위의 건실했던 자유 시장경제에 대해 성공한 사례가 없는 급진적 좌파 경제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있다. 경제가 곧 반등한다는 기저 효과는 2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고, 소비가 위축되고 시장은 무너지고 양극화는 급속도로 심해지고 있다.

밖의 상황은 어떠한가?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길래 온통 사방에서 우리에게 보복하겠다는 소리만 그득하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조차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칼을 뽑았다. 무역 전쟁에서 기술 전쟁으로 그리고 환율 전쟁으로 확전 일로다. 구글,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발표했고 동맹국 기업들이 뒤따른다. 중국은 대미 항전의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화웨이 퇴출'에 한국이 동참한다면 사드 보복과 같은 대규모 보복을 가할 수 있다고 압박한다. 화웨이 사태의 불똥이 우리에게 튈까 봐 전전긍긍이다. 화웨이 퇴출에 동참한다면 일정 부분 중국의 보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드 보복을 겪으면서 중국의 보복은 생각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요란한 사드 보복에도 불구하고 대중 교역은 14% 증가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 대부분이 중국 산업에 절대 필요한 부품 소재다. 우리가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사지만 그 이상으로 화웨이는 한국산 부품을 사야 하는 구조다. 더욱이 미국 기업은 물론 일본, 영국, 대만 등 유수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어 사실상 한국산 이외의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세계 유수 기업들이 모두 동참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콕 집어 보복하기도 어렵다. 이번 사태는 어쩌면 인공지능, 5G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좌우할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던 우리 기업들에 천재일우 기회일지 모른다.

화웨이 보복보다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은 일본의 보복일 것이다. 중국의 보복은 시장을 잃을 위험이지만, 일본의 보복은 우리 산업의 급소를 위협한다. 작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 상황에 처해 있다.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 두 정부가 최종적으로 해결한 사안이다. 대법원 판결은 조약에 명기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당연히 일본은 강력 반발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대법원 판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일본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8개월 가까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법적 절차에 들어가 국내 일본 기업들의 재산을 압류했고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압류 자산 매각이 이루어지면 외교 보호권을 발동하여 보복에 나선다는 태세다. 일본의 보복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 장비와 소재에 의존하는 우리 주력 제품인 OLED, 스마트폰, 반도체 생산 모두 마비된다. 또한 금융 조치를 통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려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북한은 '오지랖 떨지 말라'며 우리에게 무척 화가 나 있다. 얼마 전 '불상 발사체'를 쏘았고 연말쯤이면 '위성 발사체'를 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보복이다. 그러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것이며 금융 제재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최근 유엔 제재 결의안에 반하여 북한산 석탄 수십만t이 불법적으로 한국에 밀반입되었고 우리 정제유 수십만t이 북한에 밀반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가 발동할 경우 우리 국민 기업, 금융기관들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말 사면초가에 고립무원이다. 이 지경까지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예방 외교도, 위기관리도 없고 방치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하향 국면의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피할 수 없다. 우선 보복을 막는 것이 상책이다. 제발 그럴 일 없을 것이라는 낙관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라. 보복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보복을 가하는 자도 큰 손해를 본다. 그러나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보복을 멈출 명분이 없다. 방치에서 벗어나 위기관리를 위한 총력전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A26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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