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버스 대란, 문제는 정부가 만들고 뒷감당은 국민이

입력 2019.05.14 03:20
전국적인 버스 파업을 이틀 앞두고 경제부총리가 자동차노련 위원장을 만났으나 소득 없이 끝났다. 그동안 손 놓고 있던 정부는 교통 대란이 임박하자 뒤늦게 분주해졌지만 지자체에 버스 요금을 올리라고 채근할 뿐 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버스 '준(準)공영제'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 국민 세금을 대주겠다는 것이다. 요금 인상이든 세금이든 결국 다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다.

버스 파업은 사실상 1년 전에 예고됐다. 작년 3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강행하면서 대책도 없이 버스를 52시간제 예외 업종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버스 기사들이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임금 감소 폭을 보전해 달라고 파업 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도 담당 장관들은 버스 파업이 "주 52시간제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면서 시간만 끌었다. 결국 버스 대란이 코앞에 닥치니 '요금 올리자'는 것이다. 버스 요금을 200원만 올려도 교통비 부담이 4인 가족 기준으로 대략 연간 48만원 늘어난다. 정부가 일으킨 문제를 왜 국민이 뒷감당해야 하나.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하자 일산 등의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근에 미분양 아파트가 있을 정도로 공급 과잉인 1·2기 신도시 코앞에 또 신도시를 조성하는 졸속 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이 주민들은 정부가 정책 태만으로 기존 신도시를 위축시켜 놓더니 서울 집값 잡자고 서울과 자신들 지역 중간에 신도시를 더 만들어 피해가 겹치게 됐다고 한다. 정책에 따른 명암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 경우는 정부가 수많은 주민의 이해관계에 너무나 무신경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2년간 무려 30% 가까이 올려 서민 경제에 폭탄을 던졌다. 영세 업체와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에 몰리자 정부는 6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 자금을 만들어 뿌리면서 불만을 무마하느라 여념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사라지자 3년간 약 77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해 노인 용돈 벌이 일자리나 단기 알바 자리만 양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급조된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알짜배기 공기업인 한전과 한수원 등을 적자 기업으로 만들었다. 결국엔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세금 지원으로 메워줘야 한다.

물 쓰듯 쓰는 세금이든, 요금 인상이든 다 국민 부담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등 대책 없이 정책을 밀어붙여 놓고 뒷감당은 국민 돈으로 해결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한국에서 정부는 문제를 일으키는 기관이고 국민은 그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A35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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