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련·채이배 의원 ID로 시스템에 법안 파일 등록하자… 국회 사무처, 사무실 아닌 다른 장소 컴퓨터로 접수 처리

김경필 기자
입력 2019.04.27 03:01

[패스트트랙 막장]
전자발의시스템, 2005년 구축

여야 4당이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봉쇄한 자유한국당을 따돌리고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에 성공한 것은 헌정 사상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서다. 의원들은 그간 통상적으로 법안 발의 시 법안을 출력해 참여 의원들의 서명을 받은 후 의안과 사무실에 인편(人便)으로 제출해 왔다. 의안과가 이를 접수해 국회 전산망에 등록하면 의안번호가 부여되고 발의 내용이 온라인 의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됐다.

여야 4당은 25일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상적인 방식대로 의안과에 직접 제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의안과 사무실 앞을 막아서면서 제출에 실패했다. 여야 4당은 두 법안을 의사과에 팩스와 이메일로도 보냈지만 한국당 관계자들이 국회사무처 직원들의 사무실 내 팩스·컴퓨터 사용을 막으면서 무산됐다.

그러자 여야 4당은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국회 직원들이 이용하는 국회 내부 전산망인 '업무망'을 이용해 법안을 제출했다. 업무망에 들어 있는 여러 기능 중에는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이라는 기능이 있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ID로 이 시스템에 접속해 법안 문서 파일을 올린 뒤 국회사무처로 보낼 수 있다. 국회사무처가 이 법안 문서를 받아 전자결재를 하면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처리된다.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구축됐으나 사용법이 복잡하고 잘 알려지지 않아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사용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25일 한국당이 의안과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자 이 시스템을 이용해 발의를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26일 오전부터 법안 제출을 수차례 시도한 끝에 오후 3시쯤 제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각각 대표발의자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법안 파일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이 제출되자 국회사무처 의안과 직원들은 한국당이 점거한 의안과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시스템에 접속해 '접수' 처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5시 30분쯤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조선일보 A3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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