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드라마왕국' MBC의 몰락?… '월화드라마' 40년만에 전격 폐지

박상현 기자 박소정 기자
입력 2019.04.25 15:41 수정 2019.04.25 18:17
MBC ‘월화드라마’가 40년 만에 폐지된다.

25일 MBC 관계자에 따르면 MBC드라마본부는 이날 오전 본부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오는 7월 방영 예정된 ‘어차피 두 번 사는 인생’을 끝으로 월화드라마를 폐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MBC 관계자는 "일단 월·화요일 밤 시간대에 드라마 편성을 폐지한다는 것은 확정이 됐지만 이 시간대에 예능이나 교양 등 어떤 장르의 프로그램을 대체 편성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MBC는 오는 6월 방영 예정인 월화드라마 ‘검법남녀’의 편성시간을 기존 밤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MBC의 이번 결정으로 지상파 3사의 ‘평일 밤 10시 미니시리즈’ 공식이 깨질지 주목된다.

MBC는 1980년 3월 드라마 ‘백년손님’을 시작으로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처음 ‘월화드라마’ 체제를 도입, 방송계에서 ‘평일 밤 10시 미니시리즈’ 공식을 만들었다. 2000년대 후반까지 작품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아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던 MBC는 그러나 최근 tvN과 종합편성채널 등 ‘다(多)채널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속적인 시청률 부진을 겪어왔다.

"수십억 적자 ‘불효자’ 전락"…월화드라마 시청률 2009년 30.7%→2019년 4.5%
MBC의 이번 결정을 두고 "지상파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시청률 조사업체 TNMS에 의뢰해 2009년부터 2019년 4월까지 10년 간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표>, MBC는 3사 가운데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2009년 월화드라마 평균시청률이 30.7%에 달했던 MBC는 2010~2014년까지 평균 10%대를 유지하다가 2015년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이후 시청률 회복에는 실패했다.

그래픽=정다운
KBS와 SBS도 2014년을 기점으로 ‘시청률 두 자릿수’가 무너졌다. 다만 SBS는 2016년 ‘닥터스’ ‘보보경심 려’ ‘낭만닥터 김사부’, 2017년 ‘피고인’ ‘귓속말’ ‘조작’ 등이 흥행하면서 10%대를 회복했다. 이 기간 MBC에서는 시청률 반등을 기대할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 방영 중인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는 모두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방영 중인 3사 월화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6.2%다. SBS ‘해치’가 평균 6.6%로 가장 높고, KBS2 ‘국민 여러분!’이 6.3%,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5.6%다. 반면 올해 1~3월까지 방영된 tvN ‘왕이 된 남자’는 평균 시청률 8.4%를 기록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0.9%였다.

그래픽=김란희
MBC 관계자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월화드라마가 방송국에 돈 벌어다주는 ‘효자 노릇’을 했지만, 지금은 수십억원 적자를 내는 ‘불효자’로 전락했다"며 "MBC가 여러 내홍을 겪으면서 미래에 드라마국을 이끌어가야 할 실력 있는 PD들이 타 방송사로 이적한 것도 ‘드라마 왕국’의 몰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수목드라마도 밤 10시→9시로 1시간 당겨 편성
MBC는 오는 5월 방영 예정된 수목드라마 ‘봄밤’의 편성도 기존 밤 10시에서 밤 9시로 1시간 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봄밤’은 ‘풍문으로 들었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을 연출한 안판석 PD가 연출을 맡고, 배우 한지민·정해인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MBC 내부에선 "지속적인 시청률 부진을 깰 기대작"으로 평가 받고있다. 이는 tvN과 일부 종편이 드라마 방영시간을 밤 9시 30분으로 앞당겨 편성한 것에 대한 맞대응 전략이다.

수목드라마까지 편성시간대가 바뀌면 ‘미니시리즈=밤 10시 방송’ 공식은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MBC는 또 매주 토요일 밤 9시 5분에 방영하던 주말드라마도 내년 초 폐지하기로 했다. MBC 관계자는 "연말 마지막 작품인 ‘두번은 없다’ 이후 토요드라마도 폐지하기로 했다"며 "MBC의 주말드라마의 경우 적자 폭이 컸고, 이를 없앰으로서 채널이 올드(old)하다는 느낌을 지우려는 이유도 있다"고 밝혔다.

MBC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KBS와 SBS의 행보도 주목된다. SBS 관계자는 "MBC의 월화드라마 폐지 이야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현재 후속 월화드라마 라인업이 계속 있기 때문에 당장은 시간대를 옮길 계획은 없다"고 했다. KBS도 "후속 월화드라마가 준비돼 있는 것으로만 안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케이블·종편이 제작한 드라마에 밀리던 지상파가 드라마 내용 자체의 변화만으로는 돌파구가 안 보이니 편성 전략을 바꿔 대응하려는 것 같다"며 "수십년간 고정적이던 편성을 바꿀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상파가 고정된 편성시간대에 맞춰 의무적으로 드라마를 끼워넣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수 좋은 작품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작품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뀌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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