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외교결례 막으려…"절대 실수말라" 외교부 지침

박정엽 기자
입력 2019.04.21 06:10 수정 2019.04.21 16:08
'외교 결례' 논란 빚었던 현지어 인사말은 최대한 간결하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마련한 국빈 만찬에서 베르무하메도프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건배를 제안하면서 '도스틀룩 우친'이라는 인사말을 했다. 이는 현지어로 '우정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이는 현지에서도 건배사로 종종사용되는 표현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중앙아시아 3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동남아시아 방문에 이어 이번에도 연설이나 만찬에서 방문국 현지어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동남아 방문 때 현지어가 아닌 다른 나라말로 인사해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던 것과 달리 실수는 없었다. 연이은 ‘외교 의전 실수’ 논란에 외교부는 이번 순방을 앞두고 "절대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는 지침을 실무진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 비즈니스포럼, 의회 연설 등에서 ‘앗 쌀람 알라이쿰(이슬람식 인사말)’과 ‘라흐맛(감사합니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투르크메니스탄 국빈 만찬 때도 건배를 제안하면서 '도스틀룩 우친'이라는 인사말을 했다. 이는 현지어로 '우정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모두 정확한 현지어 표현이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이번 순방 준비 과정에서 현지어 인사말 검토에 특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당시 연설에서 현지어로 인사말을 하려다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를 해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청와대는 "현지어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에 또 의전 실수가 발생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고, 그런 차원에서 청와대와 외교부도 만전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 출국에 앞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태극기가 거꾸로 꽂혀 있다가 문 대통령 부부가 탑승하기 직전에 바로잡는 일이 벌어진 것도 청와대 의전팀과 외교부의 긴장 수위를 높였다.

외교부는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부 실·국장 회의에서 ‘이번에 절대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는 지침을 실무진에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실제로 청와대와 외교부는 이번 중앙아시아 3국 순방에서 문 대통령이 현지어로 인사말을 하되 최대한 간결한 표현으로 하고, 대신 현지 속담을 우리말로 인용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공식 행사에서 두 차례 현지어로 인사했지만 '앗쌀롬 알레이쿰'과 '라흐맛' 외의 다른 인사말을 쓰지 않았다. 이런 단조로운 인사말은 현지어 속담으로 보완했다. 실제로 그동안의 순방 때와 비교해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현지어 속담을 인용하는 횟수가 상대적으로 늘었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전 현재까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열린 공식 행사 중 3회,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공식 행사 중 2회 현지 속담을 인용했다. 김정숙 여사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서 한 차례 현지 속담을 인용해 발언했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뒤 오는 23일 귀국할 예정이라, 남은 3일 간 카자흐스탄 속담도 인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동남아시아 3국 순방 당시에는 말레이시아에서 2회, 캄보디아에서 2회 등 속담을 네 차례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한·투르크메니스탄 확대회담에서는 '손님이 많이 다녀가면 그 집이 윤택해진다'는 현지 속담을 인용해 투르크메니스탄 측 환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같은날 국빈 만찬에서는 ‘오래된 것을 갖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가질 수 없다’는 속담을 거론하며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지난 18일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를 방문해서는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가면 길이 된다'는 속담을 인용, "이곳은 이제 양국 관계 발전이라는 새로운 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우즈베키스탄 의회 연설에서는 ‘손님이 다녀간 집은 윤택해진다’는 현지 속담을 인용해 양국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속담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한 속담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날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혼자서는 바위를 옮길 수 없으나 함께하면 도시도 옮길 수 있다'는 속담을 인용했다.

김 여사도 지난 17일 투르크메니스탄 국립 세계언어대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팔 힘이 센 사람은 열 사람을 이기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1000 명을 이긴다’는 현지 속담을 언급하고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한국말 안다는 것은 문화를 안다는 것이고, 그것은 두 나라 모두를 아는 것이고, 미래를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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