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구속땐 "적폐" 석방땐 "현명"… 입맛대로 말하는 여당

박국희 기자 김형원 기자 김동하 기자
입력 2019.04.18 03:14 수정 2019.04.18 07:09

김경수 석방 환영하며 "최종 판결때까지 金 지사와 함께할 것"
'양승태 키즈'라며 2심 판사 공격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

2017년 대선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던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법원이 17일 보석 결정을 하자 여야(與野)는 김 지사 구속 당시와는 180도 다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말 김 지사가 법정 구속될 때 재판부를 향해 "사법 농단 적폐 세력의 조직적, 보복성 반격"이라고 맹비난했었다. 2심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여권에선 "양승태 키즈"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김 지사가 같은 차 부장판사로부터 보석 결정을 받자 대변인 논평을 통해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김 지사와 함께 진실 규명에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석방 때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나, 이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큰 것 또한 사실"이라고 했었다. 1심 재판부를 적폐로 몰던 여당이 이번에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추켜세운 것이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법 절차에 따라 내려진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창원 관사로 돌아온 김경수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17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구치소에서 석방된 김 지사가 이날 밤 경남 창원의 관사로 들어서며 경남도 직원과 지지자들로부터 인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 전 대통령의 보석 결정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던 자유한국당은 이번에는 비판적 입장을 냈다. 전희경 대변인은 "김 지사에 대한 보석 결정은 공정한 재판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 사법 포기 선언"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의 사법부는 '반문(反文)유죄', '친문(親文)무죄'를 헌법보다 위에 있는 절대가치로 여긴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공범 드루킹 일당이 대부분 구속된 상황에서 김 지사만 풀어주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라며 "살아있는 권력의 비호를 받는 무소불위의 '바둑이(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칭하던 은어)'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의 이날 보석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 차문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김 지사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법이 정한 보석 불허 사유가 없다면 가능한 한 보석을 허가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사실상 보석 허가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고 했다.

보석 조건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95조는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 사건 관련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보석을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불구속 재판 원칙에 따라 예외적으로 보석이 안 되는 몇몇 경우를 나열하고 그 외에는 사실상 보석을 허가해주라는 취지다. 앞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보인 김 지사의 태도를 보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보석을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보석 조건이 비슷한데도 법원이 누구는 보석을 해주고 누구는 안 해준다는 것이다. 실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보석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재판을 받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작년 11월 심장 질환에 따른 돌연사 위험을 이유로 보석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 역시 오랜 기간 수사와 재판을 받았기 때문에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 지사는 보석을 허가하고 다른 인사들은 기각한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구속된 지 349일 만이었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가야 할 방향이 불구속 재판이라는 대원칙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지금껏 보석에 인색했던 법원 관행에 비춰보면 김경수 지사의 보석 석방은 형평성 시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보석 신청 5590건 중 허가된 것은 1864건(33%)이다.

공범인 드루킹 김동원씨가 구속된 상태에서 김 지사만 불구속 재판을 받는 상황도 통상 관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1심은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를 공동정범으로 명시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들의 경우 어느 한 쪽만 불구속 상태가 되지 않도록 고려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4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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