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사고에… 연합뉴스TV 줄줄이 보직 해임

신동흔 기자 구본우 기자
입력 2019.04.13 03:25

사측, 보도국장·뉴스총괄부장 이어 보도본부장까지 직위 해제
'年 300억 보조금 폐지하라' 靑청원 15만명… 文지지층의 결집 분석도

연합뉴스TV는 지난 10일 ‘뉴스워치’ 2부에서 한·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미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 소식을 전하며 문 대통령 사진 아래 북한 인공기를 배치했다(사진 위). 아래 사진은 연합뉴스TV가 지난 3일 재벌가 3세 마약 사건을 보도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가 만든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검은색 실루엣 이미지를 사용한 장면. /연합뉴스TV
연합뉴스TV가 12일 보도본부 책임자인 김홍태 보도본부장 겸 상무이사의 직위를 해제했다. 지난 10일 연합뉴스TV가 한·미 정상회담 관련 보도에서 문재인 대통령 사진 아래 북한 인공기를 배치하는 '사고'를 낸 뒤 이성섭 연합뉴스TV 보도국장과 김가희 뉴스총괄부장을 보직 해임한 다음 날 보도 총책임자까지 문책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연달아 발생한 뉴스 그래픽 사고가 원인이었다. 지난 3일 재벌가 3세 마약 사건을 보도하면서 노무현 전(前)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실루엣 이미지를 사용한 데 이어, 10일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자 초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보도 오류가 아니라 컴퓨터그래픽(CG) 관련 실수를 놓고 보도본부 책임자들을 줄줄이 문책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명예교수는 "정권에 대한 지나친 눈치보기"라며 "실수는 했지만 언론사 스스로 이렇게 과잉 대응을 보이면 일선 기자들이 제대로 취재를 할 수 있겠나, 언론의 보도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고의성 없는 실수였기 때문에 방송사의 사과나 자체 징계 정도로 끝날 수 있는 문제인데 과도한 조치로 보인다"며 "방송 사고의 내용이 대통령에게 모욕적일 수 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까지 나온 것은 권위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방송 사고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연합뉴스 재정보조금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자들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당초 이 청원문은 연합뉴스TV가 노 전 대통령 실루엣 이미지를 마약 관련 보도에 사용한 직후인 지난 4일 처음 올라왔다. 청원문은 "연합뉴스는 범죄를 다루는 자료 화면에 노 대통령님 실루엣 사진을 사용해 고인(故人)을 모욕했습니다. 연합뉴스에만 국민 혈세로 매년 300억원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며, 자유 경쟁을 통해 언론계가 공정하고 바람직하게 발전하도록 국가보조금 제도 전면 폐지를 청원합니다"는 내용이다. 12일 밤 9시 현재 청원자 숫자는 15만여명. 이는 전날 오전 6만명에서 하루 만에 10만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각종 소셜미디어에 문 대통령과 인공기가 함께 나온 사진을 두고 조롱하는 댓글들이 쏟아지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결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KBS이사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사옥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양승동 KBS 사장과 보도본부장 등으로부터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대형 산불 늑장 재난방송 사고 발생 경위를 추궁했다. 김의철 보도본부장은 "현지 취재기자 판단을 우선하다 보니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재난방송을 요청해 오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천영식 KBS 이사는 "현장에서 잘못된 정보를 올릴 수도 있지만, 국장은 다른 경로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섭 이사는 "심각한 취재 윤리 위반과 시청자 기만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경위를 파악한 뒤 응분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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