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기습집회… 약점 고발… 민노총의 전국 1위 운전학원 접수 작전?

권승준 기자
입력 2019.04.13 03:00

노사 갈등 치닫는 성산운전학원

서울 마포구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전국 1위 운전학원이다. 연평균 2만~3만여 명이 여기서 면허를 취득한다. 이 자동차학원에 작년 12월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이 노조는 설립 직후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운전학원은 서비스업이라서 공공운수노조 관장 분야인 운송업과 무관하지만, 자동차를 이용해 영업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10명의 직원 중 41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는 설립과 함께 사측에 임금 인상 등 50여 개의 요구 사항을 쏟아냈다. 사측은 "요구 사항을 전부 들어주면 비용 부담도 너무 커지고 일부 요구 사항은 노동법에도 어긋난다"며 교섭을 통해 타협점을 찾자고 제안했다. 석 달간 6차례의 단체교섭이 열렸지만 노조는 최초의 요구 사항을 고집했다. 사측이 난색을 표하자, 노조는 행동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간부들과 함께 학원 내에서 미신고 집회를 하고 투쟁 문구가 적힌 셔츠나 조끼를 입고 근무하는 것은 물론, 총 7건의 행정 고발을 하고 특정 직원을 해고하라고 압력을 넣는 등 각종 압박 전술이 시작됐다. 운전면허시험 대행까지 겸하는 이 학원은 마포·은평·서대문 일대에선 면허를 딸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운전학원이다. 성산학원 사측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이 학원이 전국에서 제일 큰 곳이라 먹을 게 많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학원 부지 임차료 부담도 매년 커지고 있어 노조 요구를 수용하면 문 닫는 수밖에 없다"며 "노조원들도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 민주노총의 지시를 받아 전형적인 압박 전술까지 쓰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산자동차운전전문학원' 은 매년 2만여 명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전국 최대 규모다. 작년 말 이 운전학원 직원 40여 명이 노조를 결성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임금 인상 등 50여 가지를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해 학원 수강생이 급감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기습 집회는 기본기, 핵심은 약점 고발

실제로 이 학원 노조가 사측을 압박하는 방식은 여러 사업장에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취해온 '전략'과 유사하다. 사측이 "노조원들이 민주노총 지시를 받아서 행동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이들의 투쟁 전략 1번은 기습 집회다. 이 학원 노조원들은 단체교섭 중이던 지난 1월 31일 수강생들이 붐비는 점심 시간에 머리띠를 두르고 확성기로 투쟁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했다. 공공운수 노조 간부 8명도 이 집회에 참가했다. 학원 사장 등 경영진이 이를 미신고 집회라고 항의하고 중단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폭언,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학원 김문철 사장은 "노조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근무시간 중 투쟁 문구가 적힌 옷이나 조끼를 입고 있는 것도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투쟁 방법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간부였던 이모(38)씨는 "서비스업 특성상 직원들이 '분쇄', '절규' 같은 강한 단어가 적힌 옷을 입고 근무하는 업장에는 1~2주만 지나도 소문이 나면서 특히 여성 손님이 확실히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성산학원 노조 역시 2~3월에 투쟁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근무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이 학원 수강생은 2035명이었으나 2월에는 1125명으로 반 토막 났다.

사측을 압박하는 노조의 핵심 전술은 고소·고발이다. 이씨는 "회사에 어느 정도 근무한 직원들이라면 약점 한두 개쯤은 잘 알고 있고 그걸 이용해 고소·고발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게 시작"이라며 "법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어 엉터리 고발을 해서 행정관청의 조사를 받게 하는 식으로 힘을 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성산학원 노조 역시 지난 2월 27일 5차 단체교섭 때 단체교섭 대상이 아닌 비정규직 직원의 고용을 연장하라는 요구를 한 뒤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2주 뒤인 3월 12일 노조원들은 식품위생법, 소방법 위반 등의 명목으로 7건의 고발을 했고, 1주일 뒤에 한 건 더 고발을 했다. 이 중 일부는 근거가 있는 고발이었으나 몇몇은 터무니없는 트집이거나 무리한 고발이라고 학원 측은 주장했다. 학원 수강료를 직원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상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거나, 운전 교습 중 학원 차량이 공회전하는 일이 잦아 매연 발생이 많다는 이유로 구청 환경과에 고발하는 식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연 발생 고발 역시 비슷했다. 서울 강북의 한 자동차운전학원 관계자는 "운전학원은 대부분 경유 차량인데 경유차는 매연 측정을 하면 연식과 관계없이 불합격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빡빡한 운전학원 경영 현실상 보통 구청에서도 눈감아 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성산학원 노조 관계자는 "학원 고발은 단체교섭 요구와는 상관없는 공익 신고"라며 "학원 측에서도 일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 조치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민노총 조합원 30% 증가

민주노총은 친(親)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확대일로다. 지난 4일 대의원회의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선언했다. 2016년 73만여 명에서 30% 이상 급증이다. 성산학원 같은 '새 영역'을 개척한 효과도 있지만, '진정한 권력'이라는 소문이 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2년 연속 급격한 인상,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직 등 민주노총 숙원 사업이 이 정권 아래 해결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노총 출신이 정·관계 요직에 앉은 경우도 여럿이다.

민주노총의 행동은 점점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불법 점거 시위가 대표적 예다. 작년 한 해 동안 민주노총은 전주시청, 홍영표 원내대표 사무실, 대검찰청 등 총 11차례에 걸쳐 불법 점거 시위를 벌였다. 지난 3일 민주노총이 서울 여의도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는 등 폭력 시위를 벌이다가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등 조합원 25명이 체포됐지만, 경찰은 이들을 모두 석방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된 조합원 대부분이 혐의를 시인하고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어서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전에 폭력 시위 주동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를 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세가 확장되면서 민주노총의 요구 조건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 중견 건설 전문업체 대표 A씨는 "요즘 건설 현장에선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아예 자기네 양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오는 게 기본"이라며 "그 양식에 맞춰서 계약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물론 한국노총 등 다른 노조 조합원을 고용 못 하게 압박한다"고 말했다. 만일 건설업체 측에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 사업 현장의 건설법 관련 안전·환경 기준을 조금이라도 어긴 사례를 찾아내 해당 관청에 신고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이런 건설노조의 행태를 지적하며 건설노조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글이 올라와 3만여 명이 청원에 동참하기도 했다.

성산학원 노조 역시 비슷했다. 이들은 사측에 50여개의 요구 조건을 쏟아냈다. 호봉제를 도입하며 과거 10년치를 소급 적용해 달라거나, 체력단련비, 노부모 수당 등을 지급하라는 것은 물론, 노조 전임자가 활동 중 다른 일로 구속을 당해도 평균임금을 지급하라거나 학원이 폐업할 경우 다른 학원에 재취업을 보장하라는 등의 요구도 있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비용 면에서 10억~15억원의 부담이 생기는데 총 매출의 13~15% 수준이라 사실상 학원 경영이 불가해진다"며 "노조와 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저쪽에서 전혀 양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인 데다 고발 등으로 압박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B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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