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보고서, "개성연락사무소 석유 반출, 안보리 제재 위반"

윤희훈 기자
입력 2019.03.14 16:14 수정 2019.03.14 16:23
"제재 위반 아니다"던 文 정부 입장과 배치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사진공동취재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지난 12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석유제품 반출을 대북제재 위반이라 규정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유엔 대북제재위가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그동안 대북 석유제품 반출에 대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다"고 해온 문재인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북 제재 유지’ 입장을 거듭 밝혀온 미국 정부와의 이견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 대북제재위는 이번 보고서 154페이지 '북한에 대한 비과세 상품 수출(정유제품 및 원유)' 항목에서 지난해 8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과정에서 석유 제품이 반출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사실 관계를 확인한 내용을 수록했다.

전문가 패널은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 공동 사업 추진 명목으로 33만8737kg의 석유 제품이 대북 반출됐고, 이중 4039kg을 회수됐다며 구체적인 양을 적시했다.

제재위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남북) 사업 이행 과정에서 남측 인력이 사업 이행을 위해 석유제품을 독점적으로 사용했고, 북한에 어떤 경제적 가치 이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보장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12일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과정에서 이뤄진 대북 석유 제품 반출을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제재위 보고서 캡쳐
하지만 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판단은 달랐다. 전문가 패널은 ‘모든 회원국은 북한으로의 모든 정제 석유제품 이전을 대북제재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를 인용하면서 제재 위반 기준을 설명하는 제5조 내용을 함께 명시했다. 5조는 "회원국은 북한으로의 모든 정제 석유제품 이전을 대북제재위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소유가 아닌 영토 기준이며, 임시 또는 영구 이전을 구분하지 않으며, 이전 후 누구의 통제하에 있을 것인가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남측 인원을 위한 목적으로 반출했더라도 사용된 장소가 '북한'이라는 점에서 대북 제재 위반이며, 한국 정부가 독점적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북 석유 제품 반출에 대한 유엔 제재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문제가 제기 될 때마다 "제재 위반이 아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과정에서 10억원 상당의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금지 품목이 반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닌만큼 대북제재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연락사무소에 대한 모든 물자와 장비, 전력공급은 사무소 운영과 우리 인원들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한국 정부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사용할 석유 정제품을 신고 없이 북한에 가져갔다'며 이를 대북 제재 위반으로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교도통신 등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규덕 당시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는 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의 틀을 준수한다는 기본 방침 아래 미측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관련 협의를 가졌고, 국제사회로부터 그런 사업에 대한 이해를 확보한 바 있다"면서 "전문가패널 측에서 우리 정부의 결의 위반을 언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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