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안개 속…中 ‘인권 탄압’ 카드 꺼낸 美

박수현 기자
입력 2019.03.14 15:58 수정 2019.03.14 16:02
미국이 13일(현지 시각) 공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수용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인권 침해에 관한 한 중국은 독보적"이라며 중국 정부가 특히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인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이들의 종교적·민족적 정체성을 말살시키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강도높게 비판한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이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했을 때에도 "그것을 해낼 수 있다니 대단하다"며 "우리도 언젠간 그런 걸 해봤으면 한다"고 말했었다.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이 인권 문제도 대(對)중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코작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대사가 2019년 3월 14일 ‘2018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미 국무부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2018년 한 해 동안 80만~200만명이 넘는 위구르족과 카자흐족 등 이슬람교 신자들을 수용소에 임의로 구금했다고 밝혔다. 또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해 수용소가 필요하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각국 언론과 국제인권단체, 전(前) 구금자들은 수용소 내에서 폭행과 고문, 살인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썼다.

보고서는 중국인 사진 작가 뤼광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구금된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인권 탄압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문제제기에 대해 중국 정부가 투명하게 대응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뤼광은 중국의 사회 문제와 관련된 작품 활동을 했던 유명 사진 작가로, 지난해 11월 초 구금 당시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남서부인 카슈가르를 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코작 국무부 인권 담당 대사는 브리핑에서 "1930년대 이후로 본 적 없는 일들이 오늘날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수백만명을 수용소에 몰아 넣고 고문에 폭행도 모자라 그들의 문화와 종교까지 지워내려고 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중국과 무역전쟁 휴전 이후 협상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협상 속도를 늦추며 협상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전날 청문회에서 "아직 중요한 문제들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협상 타결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다"며 "우리에게 좋은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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