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북한엔 유화 제스처… 유엔 北인권결의안 작성 불참 선언

정우상 기자
입력 2019.03.14 03:12

"아베, 김정은과 납북자 해결 원해" 美北대화 중재자 역할도 노린 듯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3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유럽연합(EU)과 함께 주도해왔던 북한인권결의안 작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선도적으로 제기해왔던 일본이 이 대열에서 한발 빼는 것은 이례적이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다급해진 북한에 일본이 손을 내미는 듯한 모양새다. 외교가에선 "일본이 오랜 숙제인 일본인 납치 및 북·일 수교 문제 해결을 위해 미·북 대화의 새 중재자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올해는 대북 인권결의안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납치 문제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이 주체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고, 다음은 자신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일본 자민당은 오는 4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한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도 지난 6일 납북자 가족들을 만나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문제를 풀고 싶다. 다음은 나 자신이 김 위원장과 마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은 2003년 첫 채택 이후 16년 연속 채택됐고, 일본과 유럽연합이 이를 주도해왔다. 제40차 유엔인권이사회는 오는 21일쯤 북한인권결의안을 상정해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일본의 이번 불참 결정은 북·일 정상회담 등 대북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2002년 9월 김정일과 고이즈미 전 총리의 '평양 선언' 때처럼 북·일 관계 개선을 통해 동북아에서 일본의 외교적 입지 강화에 나서려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A4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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