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이 말한 '국가원수모독죄'는 1988년 이미 폐지

유병훈 기자
입력 2019.03.12 13:25 수정 2019.03.12 18:20
‘국가모독죄’ 군사정권 시절 해외 거주 한국인의 대통령 비판 막으려 도입
민주화 이후 1988년 폐지
한국당 "민주당 과거 대통령에 한 ‘귀태’ ‘쥐박이’ ‘2MB’ 발언은 뭐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국가원수모독죄"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형법에서 국가원수모독죄란 죄명은 없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국가모독죄’가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 폐지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투사를 자처해온 이 대표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시대착오적인 대통령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생형 지역일자리 창출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대표가 '국가원수모독죄'를 거론한 것은 과거 유신 정권 때 만들어진 국가모독죄를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모독죄는 1975년 형법 104조의 2에 신설됐다. 그러나 민주화를 거치면서 1988년 12월 폐지됐다. 이 조항의 당시 형량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 였다.

해당 조항은 군사 정권 시절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정권 비판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법조항에는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내국인이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등을 이용하여⋯' 등으로 돼 있다.

따라서 이 대표가 거론한 '국가원수모독죄'는 성립 자체가 안 된다. 또 국회의원의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은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146조에 의거해서 나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해당 조항은 '의원은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또 야당 원내대표가 정부를 비판하면서 쓴 표현에 대해서 국회 윤리위 징계가 가능한지 등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관계자는 "야당 원내대표의 국회 발언을 윤리위에서 다투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며 "그렇다면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대통령에게 '귀태'라느니, '쥐박이' '2MB'라고 했는데 이런 것들도 모조리 처벌돼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나 원내대표가 표현한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라는 말은 작년 9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당시 블룸버그 통신이 썼던 기사의 제목"이라며 "나 원내대표를 문제 삼으려면 외신 기사도 문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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